다섯 번째 발걸음 -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다섯 번째 발걸음 - 하고 싶은 일이 없다
  • 이우찬
  • 승인 2017.02.1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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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5km : 길에서 배워가는 인생’<5>
▲ 크리에이터 레이크에서 황재홍 작가가 사진을 찍어주던 장면

 어김없이 맞이하는 익숙한 대학 강의실 풍경, 오늘 수업은 교수님이 아닌 초청된 유명 강사분께서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십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일을 좇아야 합니다. 현실, 현실, 또 현실만을 외치다가 노년에 후회 가득한 채 살고 싶으신가요?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세요.” 그때 당시에 들었던 강연 내용은 훌륭하고 멋진 이야기였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가슴에 와 닿지 않았어요. 뭔가 저와의 유사성이나 공통점을 찾기란 너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았을까? 난 사람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용기 있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룬 것들은 정말 흉내조차 못 내겠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길 위에서도 종종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도대체 하고 싶은 일이란 뭘까? 간단한 취미부터 시작되는 건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말하는 건가?’ 답답했습니다. 대부분 또래 친구들은 직장을 잡아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근사한 옷도 사 입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식을 옆에서 들을 때마다 아직 확고한 무언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저 자신이 참으로 불만스러웠습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이 제아무리 힘들고 버티기 괴로운 순간이 찾아와도 눈 딱 감고 버텨내며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의 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흥미를 느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말이죠. 그러나 막상 생각해보려니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다섯 손가락을 채 접지 못할 만큼 다양한 경험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저는 경험을 통해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유년시절 우리에게 미술이나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끔 하셨을까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야를 경험한 아이는 이를 통해 흥미를 느끼거나 그 안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나아가 흥미와 재능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경험의 폭이 작다 보면 그만큼 선택지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면서 하는 많은 경험이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살찌워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험의 크기는 중요치 않습니다. 소소한 경험부터 큰 모험을 감행해보는 일까지 어느 하나 가치 없는 일은 없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일, 무대에 설 기회가 있다면 눈 딱 감고 손들고 나서보는 일, 책장 속 먼지 쌓인 중국어 회화 책을 다시 펴보는 일,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보는 일, 평소 존경하는 인물 실제 연락해보고 만나보는 일, 지금 하는 일에 더욱 충실해 보는 일 등 정말 다양하고 생경한 경험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평소보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우리는 더없이 즐거운 세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저는 그랬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주어진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 당장 하는 일을 열심히 하자 그리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성장하려고 노력해보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작고 큰 여러 경험은 저 자신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이죠.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가진 생각에 믿음과 신념이 생기더군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낙담하고 우울한 시기를 보내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죠. 다만, 본인 스스로가 변화를 원한다면 낙담만으로는 변하는 게 없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첫걸음이 있어야 두 번째 걸음을 만들고 두 번째 걸음만이 결국 달릴 힘을 길러주니까요.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은 인생의 그 무엇보다 축복이자 행복일 것입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경험으로 작게나마 어제와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답 없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적어 내려가는 과정, 그게 바로 자신만의 인생스케치 아닐까요?

/ 글·사진 = 행동하는 청년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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