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 할 파킨슨의 법칙
경계해야 할 파킨슨의 법칙
  • 주낙영
  • 승인 2017.02.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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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수와 업무량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업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공무원의 수는 계속 늘어난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연구가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1955년 발표한 그 유명한 파킨슨의 법칙(Parkinson’ Law)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 근무했는데 영국 해군의 인력구조 변화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즉 1914년에서 1928년까지 14년 동안 해군 장병은 14만 6천명에서 10만 명으로, 군함은 62척에서 20척으로 줄어들었는데 같은 기간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숫자는 2천 명에서 3,569명으로 오히려 80퍼센트 가까이 늘어났더라는 것이다. 이 의문과 관련 그는 파킨슨 법칙의 기초가 되는 두 가지 명제를 제시했다. “공무원은 경쟁자가 아닌 부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원한다.” “공무원은 서로 위해 일을 만든다.”

공무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조직이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권한과 위신도 높아지기 때문에 조직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결국 일이 많아져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이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 수와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규제와 간섭이 생겨난다. 가만히 앉아서 봉급을 받을 수는 없으니 쓸데없는 일이라도 자꾸 일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의 안전과 성장을 위해 민간의 자율과 경쟁을 저해하는 ‘큰 정부’를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정부조직도 계속 팽창해 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당시 정부조직은 11부 4처였고 공무원 수는 3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정부조직은 17부 5처 16청에 공무원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 정부의 범위를 넓혀 입법부와 사법부, 공공기관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160만여 명으로 해마다 팽창을 거듭해 왔다. 역대 정권마다 작은 정부를 약속했지만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사회문제가 복잡 다기화되면서 공공부분이 해결해야 할 영역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위험사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양극화 해소와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경찰, 소방, 보건, 복지 등 더 많은 현장 인력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엘리트 공무원도 요구된다.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비해 우리나라 공무원의 수가 OECD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환경이 급변하는데 정부조직이 대응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쩌잔 말이냐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을 키우고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이 변해 민간부문이 더 성장하고 발전했는데 정부가 아직도 이건 내 일이라며 움켜지는 일은 없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정부보다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제발 쓸데없는 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벌여 민간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정부조직이 늘어나는 원리를 보면 간단하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통상 정치권과 언론은 그동안 정부가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하고 당장 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를 집행할 조직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한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도 절호의 기회다. 공약발굴에 목마른 정치권에 줄을 대 자기 부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그 결과는 필시 이런저런 촉진법, 진흥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조직과 권한, 예산의 확대로 귀결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요즘은 정치권이 먼저 나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실업문제를 해소하자며 나서기도 한다. 워낙 답답한 현실이라 이해는 가지만 이런 손쉬운 정책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칫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정부재정을 압박하고 규제의 증대로 민간의 활력을 앗아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조직은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 팽창하는 속성이 있다.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확대와 도덕적 해이로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그리스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낙영<지방행정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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