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오페라단의 좌초를 바라만보고 있을 것인가?
호남오페라단의 좌초를 바라만보고 있을 것인가?
  • 지성호
  • 승인 2017.02.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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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사시는 연로한 장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미루고 미루다 비행기를 탔는데 도착하자마자 난데없는 비보가 전달됐다. 30년 전통의 호남오페라단이 재정적 위기로 문을 닫게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충격의 강도가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호남오페라단이 출범한 즈음부터 합창지휘로 연을 맺어오면서 그동안 이 단체가 무대에 올린 총 9개의 창작오페라중 4편의 위촉 곡을 작곡한 사람이다. 다행히 이 곡들이 창작오페라 계에 주목을 받게 되었고 전국에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평론가단체로부터 <대한민국 오페라 작곡가 베스트10>에 선정되는 명예도 얻게 되었다. 이 모두가 호남오페라단이 차지하는 전국적 위상에 힘입은 바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100여개 오페라 단체가 참여하기를 열망하여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에 호남오페라단과 함께 내가 작곡한 <논개/2001년/제2회>와 <루갈다/2014년/제5회>를 가지고 참여하여 큰 찬사와 반향을 얻음으로 호남오페라단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오페라 산실이라는 자리매김을 얻은 바 있다. 나의 조그만 업적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라 호남오페라단이 대한민국 오페라 계에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고자함이다. 이만한 역량이 축적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그동안의 과정이 눈물과 고난으로 점철된 30년이지만 앞으로라고 더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도처에 가시밭길이라 심히 걱정하면서도 설마 문을 닫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2017년도 호남오페라단의 공연계획에 따라 새로 위촉된 오페라<정읍사>를 지난해 말에 가까스로 탈고하고 공연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돌이켜보면 꼬박 일 년의 시간을 쪽잠을 자가면서 그동안 축적한 모든 작곡적 역량을 쏟아 부어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작곡에 매진하였다. 다행히 제작자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작곡된 모든 곡보다 압도적 수작이라고 자체평가를 내리고 도내뿐만 아니라 다음해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에 올릴 준비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더 이상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 할 방도가 없어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극한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경제논리가 판을 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이만한 단체가 좌초해버리고 만다면 지역사회 문화적 역량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만들고 성장을 도모하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언젠가 국내 유력지에 소개된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매거진에 의하면 “오페라가 교육열이 높은 동양에서 ‘제2의 중흥’을 맞아 한국 등이 새로운 오페라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고 읽은 기억이 있다. 국내에서 호남오페라단이 자력으로 굴지의 창작오페라 메카로 그 위상을 확보했다면 이에 상응한 지원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보다 더 화급한 현안이 어디에 있겠는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지역의 문화지원책이 분배의 공정성에 매몰돼 분산되기보다는 오히려 능력 있고 검증된 단체에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격조 높은 문화예술로 예향의 위상을 견인해야 마땅하다.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의 방법들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글 = 오페라 작곡가 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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