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운규, 아리랑’ 시즌2
[리뷰] ‘나운규, 아리랑’ 시즌2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2.12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된 노래 ‘아리랑’, 그 아름다움에 취한 현대창극

국립민속국악원이 10일과 11일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브랜드창극 ‘나운규, 아리랑’시즌2를 선보였다.(국립민속국악원 제공)

국립민속국악원이 연초부터 부지런하게 선보인 브랜드창극 ‘나운규, 아리랑’시즌2는 보다 설득력을 높인 흐름으로 대중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지난 10일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선보인 시즌2 공연은 시즌1에서 현실과 회상, 극 속의 창극이라는 복잡하고도 다소 난해하게 느껴졌던 상황들을 밀도 있게 정리한 느낌으로 공감을 샀다.

지난 시즌에서 과거와 현재, 현실과 작품, 실재와 환각을 넘나드는 복잡한 시공간의 설정이 한 무대 안에 공존하거나 교차되면서 너무 촘촘하게 짜여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지점들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마치 하나의 드라마로 읽히면서 술술 풀리는 인상을 줬다.

 분명, 같은 줄기의 공연인데 시즌1과 시즌2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음악의 변화가 주효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2에서는 다양한 아리랑을 극적 상황에 맞게 배치하고, 배우들의 노래와 도창도 새롭게 추가해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짰다. 추가된 노래에 상대 배역의 삶의 나이테를 담아내, 대사 혹은 변사의 해설로 일일이 설명을 해야만 했던 복잡함도 덜어냈다. 시즌1에서 역사 속 영화인 나운규와 현재를 살아가는 창극배우 나운규, 과거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에서 분했던 최영진 등 인물에 대한 해석이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았던 버거움을 음악이라는 장치를 통해 덜어낸 느낌이 들었다.

 또 이번 시즌2에서는 나운규와 동시대를 살았던 민중도 흥얼거렸던 우리의 피속에 흐르는 노래인 ‘아리랑’을 적재적소에서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했다. 슬픈 장면에서는 진도아리랑을 느리게 풀어 더욱더 애절하게, 기쁜 장면에서는 밀양아리랑으로 경쾌함을 그대로 담아내는 식이다.

 마치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한 권의 대본에 꼭 짜맞춘 듯, 보폭을 맞춘 음악은 관객들의 정서적인 호흡까지도 이끌어가기 충분했다. 기존 창극에서 주로 접할 수 있었던 묵직한 관현악 반주가 아닌, 가락 중심의 편곡, 그리고 화성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아노, 가야금, 혹은 창자의 목소리로 풀어내 한층 심플하게 다가왔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무대 위의 세트, 영상, 그림패, 춤패 등 연출적 장치들을 통해 한 장면 한 장면은 그야말로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관객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창극무대의 윤현구와 최영희의 노래가 추가되고, 무대 뒤쪽 ‘아리랑 길’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창극 무대 영화 ‘아리랑’의 볼거리가 더욱 많아지다 보니, 분장실 나운규의 도플갱어 쪽과 시선이 분산됐던 것도 사실이다. 관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볼거리 위주로 옮겨지면서, 한 예술가의 절절한 고뇌와 안타까운 생애에 대한 감동과 여운은 전작보다 덜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