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들에게
꼬물이들에게
  • 진영란
  • 승인 2017.02.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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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 동안 산으로 들로 아이들과 여행을 다녔던 기억들을 추스르며 편지를 써본다.

꼬물이들에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꼬물이들을 만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오늘은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도 내리네. 온 세상이 하얗구나. 이렇게 눈이 오는 날, 우리 꼬물이들이랑 눈싸움을 해야 하는 건데. 방학 중이라 아쉽네.

장승에서 보석같은 꼬물이들을 만나 평화샘으로 산 지난 1년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꼈으며, 그 안에서 무척 행복하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했어. 가끔은‘내가 이러려고 평화샘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때도 있었단다(이 말은 탄핵을 당한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유명한 말이야. 훗날에 기억되길 바라며 적어 본다). 몸이 고단하고 마음이 힘들 때 함박웃음을 지으며 온 마음으로 선생님을 안아주던 꼬물이들이 있어서 힘이 나고 행복했단다.

선생님이랑 늦게 서야 정말 찐하게 친해진 우리 윤아! 윤아가 선생님 주변을 맴돌기만 하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아서 얼마나 애가 닳았는지 몰라. 지금은 누구보다 환한 웃음으로 두 팔을 벌려 꼭 안아주는 윤아가 정말 사랑스럽단다.

씩씩한 체력왕 경륜이는 근심걱정 없이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지. 무심한 듯 하면서도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공정한 증언을 많이도 해 주었지.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고 챙기는 따뜻한 우리 경륜이. 너무 고마웠어.

꿈꾸는 소녀 아인이는 무한한 상상력과 애교로 1년 내내 주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 때로는 넘치는 주변의 사랑때문에 힘들지 않았을까? 아인이의 상상력에 선생님이 많이 빚을 졌네.

수줍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유민이는 늘 아이들과 호흡을 잘 맞춰주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 오물조물 그림 그리고 만들기 좋아하는 유민이는 친구들과 정말 잘 놀아주어 고마웠단다.

모험을 즐기는 탐험가 율성이는 1년 내내 선생님의 든든한 보디가드였단다. 청소시간에는 선생님 힘들까봐 청소기 정리도 해 주고, 늘 선생님 자리부터 청소해 주는 멋진 마음을 가졌지. 그림은 또 얼마나 잘 그리는지. 우리 율성이가 그린 학교 비밀지도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우리 반의 공식화가 태석이는 언제나 깐깐하게 자기 논리를 가지고 따지기를 좋아했지. 선생님은 그런 태석이의 빛나는 성찰력이 눈부시고 아름답게 느껴졌단다. 글은 또 얼마나 잘 쓰는지.

섬세한 감성을 지닌 준성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살펴 주어 고마웠단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맞춰가는 힘겨운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줘서 참 고마워. 늘 선생님 수저도 챙겨줘서 고마워. 2학년에는 우리 준성이가 스스로 서는 힘이 더 생길 거라 믿는단다.

환한 목련꽃같은 함박웃음이 사랑스러운 지성아! 우리 지성이는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없이 배움에 열심이었지. 특히 우리 지성이가 쓰는 일기글은 감동 그 자체였단다. 선생님을 많이 믿고 좋아해 줘서 고마워.

코맹맹이 애교 섞인 목소리가 사랑스러운 우리 성규는 선생님 앞에서는 의젓하고 씩씩한 학생이었던 거 알아? 눈물도 뚝 그치고 차분하게 말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선생님이 까먹을 까봐 자주 물어봐 줘서 고마워!

친구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았던 시헌이. 시헌이는 운동도 잘 하고, 놀이도 즐겁게 잘 참여하고, 특히 친구들과 공평하게 잘 놀아주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해서 인기 만점이었지. 우리 시헌이를 보면 선생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 진단다.

엉뚱 소년 다니엘! 우리 다니엘 선생님하고 밥 먹느라 애 많이 썼어. 이제 채소도 알아서 잘 먹고, 밥도 뚝딱 잘 먹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우리 다니엘 선생님이 많이 사랑한 거 알지?

만능 스포츠맨 민혁이! 우리 민혁이의 못 말리는 승부욕 때문에 우리 반은 2학년하고 붙어도 축구에서 절대 지지 않지. 그 안에 숨겨진 자상스러운 모습에 선생님이 감동해서 울 뻔 했던 거 알아? 나들잇길에서 선생님 옆을 잘 지켜줘서 고마워.

장난왕 승헌이는 선생님이랑 한 약속을 평화반에서 가장 잘 지켜주었어. ‘행복한 아이’가 되기로 약속한 날부터 우리 승헌이는 친구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무척 노력했잖아. 정말 고마워. 우리 승헌이덕분에 평화반의 샘이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단다.

살구랑 귤이랑 감이랑, 먹을 것을 잘 나누었던 찬송아! 우리 찬송이는 선생님만큼이나 혹독한 장승 신고식을 치르고, 이제는 좀 지낼 만 하지? 우리 찬송이는 누구보다 영민한 아이니까 앞으로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리가 믿는단다. 우리 같이 힘내자!

씩씩한 태연이, 놀이를 하면서 가장 빛나던 아이. 태연이가 가진 긍정의 에너지는 주변을 항상 밝게 비춰주었지. 때로는 맏언니처럼 친구들을 잘 챙기고, 자신의 감정도 잘 표현할 줄 아는 태연이는 정말 멋진 아이야.

작은 것들을 사랑하는 주혁이. 사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찾아내는 감수성을 가진 주혁이는 사람을 대할 때도 조심스러웠지. 주혁이가 선생님 얼굴 그리고 “선생님, 차캐요!” 이렇게 써 주어서 고마워. 눈물 나더라.

두 달 동안 선생님 마음을 빼앗아놓고 제주도로 전학 간 제인아, 긴 줄넘기를 무척 좋아했었는데.... 숲에서 원숭이처럼 매달려 놀던 우리 제인이 모습 많이 그립구나.

우리 꼬물이들과 1년 동안 벼농사, 화전, 단오, 추석, 김장, 동지....참 많은 공부를 했네. 친구 집에도 가보고, 나들잇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나고 이야기도 들어서 정말 좋았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품어 주었던 용마봉, 장승마을, 우정마을의 자연 덕분에 늘 새로운 배움길이 열렸던 것 같아.

비석치기, 이랑타기, 긴줄넘기, 나이먹기, 고무줄.....우리를 늘 흥분시켰던 놀이들도 잊지 마. 내년에도 우리 함께 신나게 놀아보자!

2107.2.9 나들이와 놀이로 행복했던 평화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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