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은 원음방송 PD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김사은 원음방송 PD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2.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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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방송에서 일하면서 생사법문을 자주 듣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죽음과 가까워지기도 하여 좀 더 일찍 죽음을 준비하자고는 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죽음은 두렵다.”

 라디오 방송사 프로듀서로 그 누구보다 용기있게 또 상큼한 모습으로 활동해왔던 평범한 50대 여성이 어느 날 덜컥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자신의 인생사전에서 단 한 번도 써내려간 적이 없었던 암 환자로의 삶. 그 속에 덜컥 들어서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인터뷰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직으로 시간이라는 것을 벌었다. 암 투병을 하는 같은 처지의 환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눈물 훔치고, 함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면서 몸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를 지탱해줬던 것은 노트와 펜. 길고 긴 투병생활 동안 그의 온 감각을 깨우친 여러 가지 생각들은 그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수필가이자 원음방송 PD로 활동 중인 김사은씨가 암 환자로 판정받은 후 600일 동안 길어 올린 반짝이는 생각의 편린들을 담아낸 에세이집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이룸나무·1만5,000원)’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날 문득 자신이 해주지 않으면 칫솔 하나 제때 갈아쓰지 않는 남편 생각에 가슴이 시려지고, 자신보다 딸을 앞세울까 전전긍긍하는 팔순을 앞둔 친정어머니가 “나보다 먼저 가지 마라”라고 말씀하실때면 홀로 베갯잇을 적시기도 한다.

아직 돌봐야 할 두 아들에 대한 마음은 또 어떨까. 어느 지인의 결혼식에서 수필가는 이러한 생각을 했다.

“내 삶의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나는 모른다. 우리 나이로 큰 아들은 23살, 둘째 아들은 19살이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측 양가 부모님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남편 옆자리가 빈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둘 늘어간다.”

그러나 이제 웃을 수 있다. 투병 기간 내내 그가 입에 담고 산 이야기 “암, 암이어도 괜찮아”“살아 있으니 그럼 된거야”라는 말은 희망의 증거가 됐으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게 사랑을 받은 자신의 지난 삶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기록한 에피소드들을 마주하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펼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이 인생의 길을 뒤돌아보게 될 터. 평소에도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을 즐기던 공상가 김사은.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의 글을 맛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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