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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을 품은 닭
이동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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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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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십이 간지로 닭의 해[丁酉年]요, 육십갑자로 치면 34번째, 정(丁)은 적(赤)색으로 ‘붉은 닭의 해’다. 그래서 닭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닭이 다섯 가지 덕[五德]을 지녔다는 점은 새삼스럽지만 요즘 시대와 관련해서 보여주는 바가 깊다.

닭의 오덕에 관하여 다양한 설이 난무하지만,『한시외전』에 전하는 다음 내용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닭은] 머리에 관-벼슬을 썼으니 문덕(文德)이오/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싸움에 능하니 무덕(武德)이오/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죽기로 싸우니 용덕(勇德)이오/ 먹을 것이 있으면 동류를 부르니 인덕(仁德)이오/ 밤이 되어도 때를 잃지 않고 새벽을 알려주니 신덕(信德)이라” 했다.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닭이 지닌 이런 특성으로 인간은 닭을 길상(吉祥)의 동물로 여겼나 보다. 나아가 닭의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닭싸움-[鬪鷄]’을 붙이는 등 민속놀이로 즐기는 민족들도 적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춘추시대에는 노(魯)나라 군주들이 닭싸움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정권을 잃거나 국외로 쫓겨나 망명한 사례도 있다 한다.

지금 정국 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닭으로 묘사되어 풍자의 소재가 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최근 국회에서 전시하여 논란을 불러온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 외에도 박 대통령을 닭으로 풍자한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풍자를 예술 작품의 한 표현수단으로 보면 좋으련만, 정치적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불필요한 이념논쟁의 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전시회만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밝혀졌지만, 광주비엔날레 전시회에 출품하려던 홍성담 화가의 <세월오월>도 박 대통령을 닭으로 풍자하였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홍 작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다. 창작이 표현의 수단을 통제당하거나 간섭 받을 때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관제홍보 수단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들이 최고 권력층에서 버젓이 자행되었다니, 그들은 예술창작의 자유를 짓밟은 것은 물론이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마저 유린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五德]이 있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은 자신을 닭으로 묘사하고 풍자하는 것을 한사코 고깝게만 여겼을까? 나아가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쳐내려 했을까, 이해하기 난감하다. 자신을 닭으로 묘사하는 것은 자신에게 오덕이 있음을 작가들이 발견해 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상을 주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찍어내고 차별하고 몰아내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니! 이는 필연코 닭의 오덕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자백한 꼴이 된 셈이다.

하긴 요즘 박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임하는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닭의 오덕이 자신의 것이 아니긴 아닌 모양이다. 머리에 높은 관-벼슬을 썼으면 그 힘을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쓸까 궁리하고 탐색했어야 하거늘, 어디서 나타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에게 국정을 맡기고 자신은 구중궁궐 관저에 틀어박혀 있었다니, 문덕이 닭벼슬만도 못한 모양새다. 자신의 발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으로 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인터넷 매체를 동원해서 겨우 4%의 관제 지지층을 향하여 발톱을 세우다니, 무덕이 닭발만도 못한 모양새다.

그뿐인가? 적을 맞아 죽기로 싸워야 하거늘 자신의 부덕을 질책하는 80%의 국민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싸우려 하다니, 용덕이 닭의 결기만도 못한 모양새다. 먹을 것이 있으면 동류를 불러 함께 나눠야 하거늘 재벌들을 강탈하여 자기 수족인 순실에게만 넘겨줬다니, 인덕은 고사하고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꼴이다. 어두운 밤에도 때를 잃지 않고 새벽을 울며 국민을 깨워야 하거늘 자신마저도 관저에 머물며 등청하지 않았다니, 신덕은 이미 고장 난 알람시계였음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래서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오히려 국민들만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참 요상한 시대를 맞았다. 이럴 때 오덕을 제대로 지닌 닭이라면 홰를 치며 목청 높여 외칠 것이다. “날 샜다! 새 됐다!”

이동희<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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