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발걸음 - 다양성
네 번째 발걸음 - 다양성
  • 이우찬
  • 승인 2017.02.07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285km : 길에서 배워가는 인생<4>
하이킹 후 저녁식사

 “이름이 뭐야? 어느 나라에서 왔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왜 걷는 거야?”

 길 위에서 처음 만난 외국 도보 여행자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성별, 이름, 국적, 길을 걷는 이유, 생김새 등 모든 게 다릅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매력과 성격, 취향, 능력을 지녔습니다. 양손으로 하모니카를 쥐고 즐겁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친구와 그 옆에는 통통 튀는 우쿨렐레 소리를 들려주는 친구, 누가 쳐다보든 말든 자기 흥에 빠져 온몸을 흔들어대는 친구, 한쪽 떨어진 곳엔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런 작지만 다양한 모습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며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해 보입니다. 분명 교통수단, 교육시설, 문화 공간, 레저 시설 등 그 가짓수는 다양해졌고, 또 날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며 빠른 변화 속에 놓여있는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하죠. 왜 그럴까요?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스스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보편적인 삶에 대한 기준이 있습니다. 돈과 명예는 그 기준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죠. 그렇다 보니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삶은 가치 있는 삶이라고 행복한 삶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유년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을 받다 보니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 옆자리의 친구와 무한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입시는 좋은 직장, 사회적 위치와 큰 연관성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며 찾아보는 일은 쓸데없는 사치와도 같이 여겨졌습니다. 입시와 거리가 먼 취미나 능력은 돈 안 되는 일, 쓸모없는 일이 됩니다. 정말 실용적인 가치만이 중요시되는 분위기가 만연한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위치가 만들어내는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은 본인과 답이 같으면 편안함 친근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나와 답이 다르면 종종 불편하고 거리감을 느끼죠.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진정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도 과감히 돌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만 벗어나면 불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 획일적인 삶을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선택할 때보다 유연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한 번쯤은 몰입해보고 진정 잘하는 것을 펼쳐보는 그런 삶의 다양성이 존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제각기 생각과 기호, 능력, 취미가 다릅니다. “세상에는 절대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는 존재만으로도 특별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각기 다른 모양으로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을 너머서 우리 사회 속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서로의 다른 점을 보면서 살아가고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다양성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의 전환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가 조금은 더 다양한 삶의 주제로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 글·사진 = 행동하는 청년 이우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