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의 사랑과 인생, 최옥정 장편소설 ‘매창’
매창의 사랑과 인생, 최옥정 장편소설 ‘매창’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2.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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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이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기생 시인 매창(1573~1610)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 장편소설 ‘매창(예옥·1만5,000원)’이 출간됐다.

 역사소설로는 드물게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지금 이 시대, 최옥정 작가는 왜 매창을 불러냈을까.

작가의 삶에 매창이 깊이 들어온 때는 지난 2010년 즈음이다. 한문 공무를 하다가 읽은 허균의 한시에서 마주하게된 매창. 그 당시 최 작가는 시도 절창인데다 인물도 매력적이기만한 문제적인 인간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실제로, 황진이 이야기가 거듭 발표되고 출간되어 온 것과 달리 매창의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빈번하게 쓰여지지 않았다. 시인이자 작가로 훨씬 더 풍부하게 조사되고 연구되어야만 하는 매창이 그저 기생 시인이라는 판타지로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작가는 크게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최 작가는 “국회도서관에서 논문을 찾아보며 대학원생이 논문 쓸 때처럼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도 들었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면서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게 작가의 지문이 묻게 마련인데 매창을 알면 알수록 닮은 점, 완전히 다르지만 닮고 싶은 점들이 많아서 애착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는 매창의 어떠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우선,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사상가였던 허균과 매창의 교류에 주목하고 쓴 스토리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의 시 세계를 알아보며 평생 벗으로 남게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창이 지아비로 평생을 기다렸던 남자 유희경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유려하고 깊이 있는 문장으로 마치 매창의 육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어렵고 힘든 시대에 읽는 한 여성의 고결한 초상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매창’은 임진, 정유 국제전쟁 시기를 살아간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음에도 국가, 전쟁, 당파싸움 같은 문제를 의제화하지 않는다”면서 “그것들은 마치 버지니아 울프 소설 ‘등대로’의 짧은 2부에서 다루어지듯이 인생이라는 이름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들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에 작가는 매창의 삶의 감성과 감각을 전면에 배치한다”고 해설을 붙였다.

최옥정 작가는 “얼핏 터무니없는 것 같은 ‘소설은 진짜여야 한다’라는 말을 바라보며 소설을 써왔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한 줄도 삶과 동떨어진 가짜여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다”면서 “내가 발견한 인물은 끝까지 나의 분신이라 여기며 책임을 지는 게 작가의 일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 출생으로 건국대 영문과와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했다. 학교 졸업 후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삼십 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01년 ‘한국소설’에 ‘기억의 집’으로 등단했다. 허균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으며, 한문 고전읽기 모임인 이문학회에서 9년여 동안 수학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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