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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과 블랙리스트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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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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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정책이나 방침으로 문화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불법적인 통제가 폭로되고 사회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다. 청와대가 기획하고 문화언론 행정기관이 집행한 사실이 밝혀진 1986년 전두환 정부의 보도지침과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30년의 간격을 두고 발생했다. 보도지침과 블랙리스트는 시민의 양심자유, 언론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법규에 근거한 정책 규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사회 혼란수습, 좌파와 종북 척결, 국가안보를 위한 정당한 것으로 강변하고 있다.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통제 장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권력은 속성상 유한 자원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배분보다 시민을 통제하려는 유혹에 약한 편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거나 지배 관료제의 역할이 강하고 극단의 보수 지향 전통을 가진 체제는 경제 규제는 풀어주면서 법치를 내세워 정치, 사회, 문화 분야의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규범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배집단은 인간의 새로운 생각과 표현, 행위와 관련된 언론 문화예술 분야를 장애물로 간주하고 통제, 즉 문화전쟁을 최우선 순위로 삼기 쉽다. 문화전쟁은 함정에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악마의 유혹과 같다. 통제가 성공하는 기간은 지배자에게 최고의 시간이지만 시민에게는 최악의 시간이다. 시민들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통제에 일부 순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 언론 분야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 굴복하기보다는 저항이 극심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민주화 30년, 민주주의가 제도로 정착된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와 언론의 본질인 시민의 교양, 지식, 정서, 창의 정신의 함양이나 알권리 보장과 소통은 무시되고 대중의 심리를 조작하는 수단, 정권의 나팔수, 전위부대 수준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문화와 언론이 반대파를 제압, 배제하는 이념전쟁의 도구로 악용된 것이다.

보도지침과 블랙리스트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들어 문화공보부, 문화체육부에서 실행했다. 보도지침은 문공부 홍보조정실을 통해 언론사에 기사를 넣고 빼라는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각 언론사를 담당하는 국장급 담당관이 전화나 면담 방식으로 직접 전달하고 관철하는 구조였다. 블랙리스트는 문체부 산하기관, 분야별 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체계적으로 걸러냈다. 문제가 된 문화 예술인을 대상으로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배제하는 등 통제와 편 가르기를 문화행정의 시스템으로 ‘말뚝박기’ 하려고 시도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합리적인 권위 구조에서 규칙과 절차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상부의 파괴 지시를 어기고 관련 자료를 보관한 탓에 전모가 밝혀졌다. 청문회에서 총괄 기획자들의 거짓 진술을 ‘어릿광대’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문화 언론 행정의 전문성 문제도 또 다른 원인이다. 문화예술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이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게 세분되어 전문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모두를 아우를 만한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전체 모습만 보고 비전문가를 적격으로 생각하기 쉽다. 언론분야는 정권에 호의적인 중견 언론인 출신을 채용하여 업무를 전담시켰다. 어떤 적을 이용하여 다른 적을 제어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유사한 전략을 활용하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강력한 개입과 조작, 외부 횡포의 사슬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전체주의가 아닌 민주국가에서 문화나 언론에 대한 정부개입이 적을수록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높여 언론자유 신장, 문화융성이나 진흥이 가능하다. 보도지침과 블랙리스트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실효성이 거의 없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부질없는 짓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문화 언론분야는 민간의 자율성, 다양성이 존중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시시콜콜 간섭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면 왜곡되고 빈 껍데기만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와 언론이 부단히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권영후<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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