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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만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언니와 헤어진 지 80년, 박옥춘 할머니(91)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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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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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전주의 한 노인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옥춘 할머니가 북한에 있는 언니의 사진을 꺼내 눈물을 머금은체 바라보고 있다./김얼 기자

 “언니가 살아있으면 올해 96살이야… 죽어서 만나는 게 더 빠르겠네.”

 언니와 헤어진 지 벌써 80년이 다 되어가는 박옥춘 할머니가 내뱉은 한숨 섞인 말이었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박 할머니는 6.25 한국전쟁 전 이북으로 시집 간 친언니를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언니는 참 고왔어. 키도 참말로 컷지…. 얼굴도 백옥같았고 콧등에 조그만 사마귀도 있었어…”

올해로 아흔한 살이 된 박옥춘 할머니는 언니와 헤어진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얼굴 생김새를 어제 만난 듯 또렷이 기억해냈다. 어느덧 자신의 머리는 하얗게 새버리고 육 남매를 낳고 손자까지 본 할머니지만 그리운 언니 이야기를 할 때면 수줍은 여동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박옥춘 할머니는 “언니 이름은 박순애(96)이고, 시집간 곳은 함경북도 ‘청진’이다”며 “이북으로 시집간 후에는 편지가 한 두 번 왕래가 있었다. 하지만, 그 편지가 마지막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남북이 갈라진 뒤로는 지금까지 연락은커녕 생사도 알 길이 없다”고 아쉬운 듯이 말꼬리를 흘리셨다.

박 할머니는 이산가족 신청을 지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접수했고 ‘이번에는 될까’하며 매번 학수고대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항상 똑같았다. 할머니는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몇 해 전 손자와 놀아주다 미끄러운 길에 넘어져 허리가 부러져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며 “언니가 그렇게 날 예뻐했는데…. 이제는 죽어서 만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며 창문 밖을 보셨다.

할머니께 언제 가장 언니 생각이 나시냐고 물어보니 할머니는 “매해 명절이면 항상 생각이 난다”며 “이북에서 잘 지내고는 있을까? 내 생각은 하고 있을까? 항상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는 “헤어진 뒤부터 주변 친구들이나 자매가 ‘언니’ ‘언니’ 할 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고 말씀하셨다.

요양원 관계자는 “할머니가 고령의 나이에도 정신이 또렷하시고 매사 긍정적이시다”며 “이런 할머니가 이북에 가족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언니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시냐’고 여쭤봤다. 할머니는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어릴 때처럼 언니 손을 잡고 물어보고 싶다”며 “나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냐고?”라고 수줍게 웃으셨다.

한편, 현재 전라북도에는 1101명의 이산가족이 생존해있다. 전국에서 13만 838명이 이산가족으로 등록했고 생존자는 6만 4916명, 사망자는 6만 5922명으로 사망자수가 생존자 수를 넘어섰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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