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5km : 길에서 배워가는 인생’ 두 번째 발걸음 “처음은 두려워”
‘4,285km : 길에서 배워가는 인생’ 두 번째 발걸음 “처음은 두려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1.2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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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5km : 길에서 배워가는 인생’<2>

 “야, 막상 가려고 보니 4,300km나 되는 그 긴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싶다.” 떠나기 전 친구에게 걱정 섞인 목소리로 했던 말입니다. 자신의 안전지대를 박차고 미지의 세계를 두드리는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아니라고요? 아마 그렇지 않은 척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저는 길을 걷겠다고 결정과 함께 마음을 단단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과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일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임시처방으로 스스로에게 ‘다 잘 될 거야, 겁먹지 말자.’라고 최면 아닌 최면을 하기도 했죠.

저는 참으로 작은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속으로 ‘말실수하거나 떨면 어쩌지? 또는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할 때도 ‘이 사람이 단칼에 거절하고 쫓아내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들을 달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섣부른 두려움은 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한풀 꺾어놓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잘 품어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트레일 위에서도 처음으로 어스름이 깔린 차디찬 땅 위에 텐트를 펼치고 야생에서 캠핑했던 순간, 처음으로 4,000m가 넘는 산을 등정한 순간, 처음으로 모르는 이에게 말을 건네 도움을 요청해야 했던 순간 등 여행에는 무수히 많은 처음이 함께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두렵다고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 자신감이 없던 그 시절의 ‘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두려움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입니다. 두려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오만과 무모함으로 가득 찬 상태겠지요. 두려움을 껴안을 수 있는 첫걸음은 두려움을 인정하되, 단지 걱정만 하며 초조해 하는 게 아니라 그 불안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한 작은 일들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실수해도 조금 못해도 죽진 않더라고요. 처음이라 못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해보는 거예요. 저는 그랬습니다. 무대 공포증이 매우 심했었죠. 하지만 이런 실망스러운 저의 모습을 변화시켜보자는 생각에 얼굴이 벌겋게 변하더라도 다섯 장의 연설문 중 한 줄이라도 입 밖으로 내뱉어보고 크게 심호흡하고 한 문단까지만 이어가려 노력했습니다.

하다 보면 그 환경에 익숙해져 가며 점점 적응해나갑니다. 그래서 처음은 어렵지만 한 번 해보고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처음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실행은 쉬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껴안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혼자 걱정을 떠안고 고심하기보다는 주변 사람에게 꺼내보는 것입니다.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는 당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미 극복했을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귀 기울여 보세요. 분명 그들이 해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는 ‘나’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며 작은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놀라운 스승이 많이 계십니다. 그들로부터 오는 공감은 고민과 걱정을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두려움을 껴안는 방법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충분히 주는 것입니다. 두려운 감정은 단지 ‘해보지 않아서’, 즉 경험의 부재라서 생기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될까?” 보다 “된다!”를 다시 말해, 머릿속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오직 자신을 믿었을 때 우러나는 확신은 훌륭한 신념이 되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흔들리지 않는 대답이 될 것입니다.

삶은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는 점을 보자면, 처음을 두려워하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나도 길지 않나요?

글·사진 = 행동하는 청년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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