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將軍)과 명예
장군(將軍)과 명예
  • 장상록
  • 승인 2017.01.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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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정치군인들의 무용담이 펼쳐지던 시기다. 그 시절,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온 그 누구도 공포로부터 예외일 수 없었다. 그 중엔 현역 장군도 있었다. 보안사 중사로부터 말할 수 없는 수모와 고문을 받던 한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군은 적에게 포로가 돼서도 예우를 받는 존재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수모를 받고 무슨 장군이라 얘기할 수 있겠는가” 그 말에 기세등등하던 보안사 중사도 아무런 말을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 장군은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며 그래서 적에게 조차 명예를 보장받는 자리다. 아이러니하지만 적잖은 경우 명장의 명예와 목숨을 빼앗은 것은 적국이 아닌 조국이었다. 정권 담당자에게 명장이나 승장은 그 자체로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변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모함도 장군의 명예를 위협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선조 26년(1593년) 윤11월 6일자 실록(實錄)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도원수(都元帥)의 장계를 보건대 ‘네댓 척이 출몰하는 적선(賊船)은 오히려 쫓아가 무찌를 수 있는데, 좌도(左道)·우도(右道)의 수사(水使)가 서로 잊어버린 것처럼 버려두니, 통제사(統制使) 이순신(李舜臣) 이하 수사를 모두 추고하여 죄주도록 명하소서.’ 하였습니다. 수군이 바다에 오래 있는 것은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일이므로 조정(朝廷)이 접때 잠시 군사들을 쉬게 하여 예기(銳氣)를 기르도록 허가하였으나, 지난해 싸움에 이긴 것을 아뢴 뒤로는 한 번도 적을 무찌른 일이 없으므로, 원수가 죄주기를 청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장계한 대로 추고하여 칙려(飭勵)토록 하소서.“하니, 상이 따랐다.“ 일본군이 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전략에 따라 판단했던 충무공(忠武公)을 비겁하고 무능한 군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장군을 처벌하라고 하는 것이고 왕도 그에 따랐다.

충무공을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23전승(全勝)이라는 불멸의 업적을 남긴데 있다. 거기에 더해 그가 보여준 인내와 용기 그리고 실천에 있다. 그 대상이 오직 적(敵)이라면 그것은 좀 더 쉬운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충무공이 넘어야 했던 정말 힘든 산은 자신을 믿고 지원해 줘야 할 우군이었다. 이제 오늘의 얘길 해보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산업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2015년, 성능이 떨어지는 음파탐지기를 통영함에 납품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그 때문에 군 전력 손실은 물론 세월호 사고 당시 통영함을 투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월호 사건의 참혹한 기억이 그의 탓이라며 모든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명예로운 제독(提督)에서 추악한 잡범이 돼버린 것 이다. 그런데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뿐이 아니다. 진실은 황 전 총장이 세월호 사건 당시 통영함 출동을 여러 차례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그것을 막고 음해한 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사이 옥바라지와 송사 비용을 대느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이 뿐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를 잡범들과 같이 수용함으로써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판결이 있기 전 만났던 예비역 장교출신 후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그 분은 교도소 내에서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생활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가 교도소에 있을 때 생겼다는 눈자위의 멍은 그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적장(敵將)일지라도 그 목을 벨지언정 모욕하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전직 해군참모총장에게 이렇게 모욕감을 안겨줄 수 있단 말인가.

정부에서 그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한다. 참으로 민망하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두렵다는 장군을 보면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누가 그 공작의 배후인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은 패장(敗將) 로버트 리 장군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다했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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