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망 딛고 희망을 쏘다:
2016년 12월 14일. 국토교통부는 하나의 용역을 착수하기 위해 수의계약 업체와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이 용역의 제목은 ‘새만금 신공항 항공수요 조사 연구용역’이었다. 2000년대 초반, 김제공항 건설을 위해 사력을 다했던 전북이 길고 험난한 국제공항 건설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드디어 본궤도로 향하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희망을 품게 되는 순간이었다.
용역 계약 업체는 한서대학교와 우주엔지니어링 컨소시엄으로, 한번 유찰되고서 재입찰 과정을 통해 작년 말에 공고마감됐다. 용역의 연구기간은 2017년 말까지로, 연구비는 2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연구에는 항공 환경변화 분석 및 전망, 전북지역 과거 항공수요 예측-실적 비교 등 전북지역의 예측을 통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타당성 등에 대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국토부는 가격평가 및 계약 협상을 통해 작년 12월 중순부터 수요조사 연구를 착수해 전북인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사실 새만금 국제공항은 민선 6기 전북 도정이 꼬인 난제를 풀고 방향을 확정한 쾌거 중의 하나다. 민선 5기만 해도 김제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관련 용역이 나와 논란이 됐다. 감사원이 지난 2008년 경제성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김제공항 건설은 전면 중단됐고, 전북도는 갈 길을 잃게 된다. 도는 군산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미군과의 협상에 돌입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아 국제공항 시대는 전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이런 와중에 퇴임을 앞둔 김완주 전 도지사가 전북도의회에 출석해 느닷없이 옛 김제공항 부지에 전북권 공항을 재추진한다는 의중을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김 전 지사에 이어 도정의 지휘봉을 잡게 된 송하진 도지사는 취임 후 새만금 국제공항을 사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영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전북 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일부 지자체들의 비난이 나왔지만, 이는 영남권 신공항과는 출발부터가 다른 사안이어서 국제공항 건설 당위성에 대한 도민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2: 항공수요 증가율 40% 껑충
전북도민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국제공항이 정부계획 반영됨으로써 새만금 개발의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항공수요가 완료되면 오는 2023년 세계잼버리 대회에 맞춰 공항이 건설될 수 있는 논리가 마련, 새만금 개발 활성화는 물론 일일생활권에 돌입한 전북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게 된다.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동북아는 항공수요도 급증하는 곳이다. 1억평의 대 파노라마를 펼칠 수 있는 한국 서해안의 새만금은 동북아 복합물류허브의 최적지로 손꼽히고, 다양한 노선의 국제선이 취항할 경우 30억 인구의 아시아권 시장과 교통채널로 연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북도가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발표한 최근의 ‘전북권 항공수요조사용역 최종보고’에 따르면 전북권 항공여객수요는 2015년 93만명에서 오는 2020년에는 13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수요가 불과 5년 만에 40% 격증할 것이란 예상은 새만금 국제공항의 무한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내부개발과 맞물려 항공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새만금 개발 효과가 가시화할 2023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서고, 급기야 오는 2030년에는 590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항공수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0년 이후엔 불과 3년 만에 다시 54%가 추가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어서 새만금 국제공항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단순히 산술적인 이용객 증가 외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계산이 쉽지 않을 정도다.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신설되면 군산, 전주, 익산 등 도내 주요 도시민들은 국제도시 당일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시간가치가 높은 업무 여행자의 경우 중국, 일본 등 주요 도시에 무박 출장이 가능해져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나아가 전라선과 호남선 KTX 확대와 함께 전북 주요 도시로부터 인천국제공항 간 접근 시간도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항은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도 큰 도움이 돼 전북도가 집중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잼버리’ 유치를 위한 인프라 형성도 가능해졌다.
#3: 대선 공약으로 난제 뚫자
하지만 새만금 국제공항이 건설돼 전북의 하늘길을 열어가기 위해선 여러 과제가 곳곳에 깔려 있다. 당장 올 8월에 세계잼버리 최종 투표가 예정돼 있고, 2020년 새만금 개발 1단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국가 예산도 올해부터 대폭 투입돼야 한다. 국제공항을 짓기 위해 필요한 적잖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 전에 사전타당성 조사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국제공항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절차만 7단계로, 앞으로 남은 단계마다 1년씩 소요된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이 5년 이상 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제공항이 없어 전남 무안으로, 경기도 인천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떠도는 200만 도민을 위해 하루빨리 새만금 국제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항공이용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대선 주자의 주요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선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150만 유권자를 쥔 전북의 민심을 사로잡으려는 대권 잠룡들도 새만금 공약을 무시할 수 없고, 이 중에서 2023년 새만금 잼버리 유치와 국제공항 건설이 핵심인 만큼 반드시 공약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행정이 양동작전을 펼쳐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