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개혁주의자이다. 정치에 처음 입문했을 때부터 개혁은 정치철학이었다. 그가 2017년 새해 벽두부터 “개혁을 위해 패권주의에 속하지 않은 건전한 정치세력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국민의당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 전 대표에게 전북 현안과 대선 빅뱅, 조기 개헌론 등을 직접 들어 보았다.
-우선, 전북도민에 대선 출마의 변을 설명해 달라.
“몇 달 전 정계로 돌아왔을 때 드렸던 말씀대로 지금 이 나라와 국민이 겪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제전환, 민생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제가 무엇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제가 무엇을 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 드리고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 새로운 정치주체들을 만들고 함께 힘을 합쳐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을 결코 마다하지 않겠다.”
-항상 개혁을 주장해왔다.
“그렇다. 시대에 따라 개혁의 대상과 방법은 변화했지만, 개혁을 통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는 변할 수 없다. 권력독점을 위한 패권주의, 낡은 이념에 의한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소홀히 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배려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극한 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북발전을 위한 3대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만금을 빼놓을 수 없다. 새만금 개발은 대중국 서해 전진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기업유치와 인프라 건설이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탄소산업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탄소 산업단지, 연구개발(R&D) 클러스터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 친환경 신선산업(cold chain industry)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신선산업의 발전을 통해 전북 농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주민들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
-새만금 개발 철학,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새만금은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말들이 많았다. 논점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다. 새만금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항, 항만, 도로 같은 인프라와 주택, 학교 등 정주 여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과 기업이 먼저 들어와야 이런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진척되지 않았다.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 번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현재 가능한 것부터 조금씩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대중국 서해안 전진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기업유치와 인프라 건설이 상호 보완적으로, 서로 견인하며 추진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 충돌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인 경기도만 해도 서쪽과 남쪽으로 발전이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리적 대립이 아니라 발전이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으로 나누어 봐야 할 것이다. 지역 불균형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강화, 지방분권의 강화가 필요하다. 각 지방이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과 지방자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빅텐트’에 참여할 수 있음을 내비쳤는데, 어떠한가.
“주지하듯이 우리 정치에는 두 개의 패권주의가 있었다. 하나는 소위 ‘친박’이고, 다른 하나는 ‘친문’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친박은 스스로 무너졌지만 친문은 오히려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패권주의 자체를 바꿔야 하고 패권주의가 득세하도록 만드는 권력구조,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 개혁을 위해 패권주의에 속하지 않는 건전한 정치세력들이 힘을 합하자는 것이다.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편을 가르고 공존과 연대를 막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대를 통해 공존하는 정치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과 자세에 동의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2, 3월에 한국 정치에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랬다. 기득권자들의 패권주의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근본적인 체제전환, 개혁을 위해서는 패권주의를 혁파하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이 등장하는 빅뱅이 일어나야 한다. 이미 기존의 정치세력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이상 정치권의 빅뱅이 곧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그 시작은 오는 22일 출범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대회가 될 것이다.”
-아직 지지율이 낮은 상황인데….
“민심을 따라야지 어떤 계획을 통해 국면을 돌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 대한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제대로 읽고 해결방안을 만들고 그 일을 함께할 분들을 모을 것이다.”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혹은 대선까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개혁과 개헌이 대립되는 것인가? 개헌 없이 개혁이 가능한가? 민심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 개헌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서 만든 개헌안과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만든 여러 개헌안이 있다. 이 안을 기본으로 삼고 쟁점이 되는 부분들과 새로 추가해야 할 항목들을 조정하고 합의하면 개헌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낡은 정치관행과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한 말이다. 승자독식,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서로 경쟁하고 연대하고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체제, 다당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불공정, 기득권 세력의 특권 등을 철폐하고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이다.”
박기홍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누구인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전북’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수없이 많이 방문한 전북은 차라리 옆 동네와 같은 마음이란다. 지난 2005년 겨울, 당시 폭설피해 복귀를 위해 경기도청 직원과 함께 고창에 달려와 복구 작업을 벌인 기억이 제일 남는다. 그 후 도지사를 마치고, 100일 민심 대장정을 했을 때, 남원에서 한 벼 베기, 고창의 복분자 밭일을 하면서 전북의 정서와 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
손 전 대표의 사자성어로 본 인생철학은 수처작주(隨處作主),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자는 말이다. 존경하는 인물은 김구 선생과 링컨 대통령으로, 국가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적대적인 경쟁자까지 포용하며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란다. 인생의 키워드 3개를 주문하자 정의, 평화, 책임이란 단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