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13일 오후 영화 ‘아메리카 타운’이 촬영 개시를 앞두고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제를 가졌다.
이날 군산 산북동 소재 아메리카 타운의 좁디 좁은 세트장 내부에는 군산시 관계자 및 영화계 관계자 등 고유제에 참석한 인원들로 가득찼다.
(주)동녁필름, (주)마노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 제작에 나선 영화 ‘아메리카 타운’의 고사제가 막상 시작되자 거셌던 눈발이 점차 멎으면서 맑게 개인 하늘을 회복했다.
전수일 감독과 주연 배우, 영화 제작사 관계자 및 지역 인사 등은 한 달 남짓 진행되는 촬영 기간 동안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준비된 의식을 치렀다.
전수일 감독의 신작 ‘아메리카 타운’은 1980년대 후반 겨울, 군산 아메리카 타운을 배경으로 사진관 15살 소년 상국과 기지촌 클럽 종업원인 영림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상국은 기지촌 여성인 영림을 만나 첫사랑에 빠지고, 영림은 그에게 첫경험을 안겨준다.
영화에서는 상국이 소년성을 잃던 날들의 감각을 생생하게 담고, 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느꼈던 상처와 쓰라린 아픔들도 함께 조명한다.
주요 등장인물로 소년 상국 역에는 ‘제16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남자아역상을 받은 배우 김단율이, 클럽 종업원 영림 역은 배우 임채영이 이름을 올렸다.
주연 배우들 모두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역과 단역 등을 거치며 연기력을 쌓아온 신인 배우들이다.
신인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노련한 감독의 연출력이 하나로 만난 것이다.
또한, 조연으로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중견배우 서갑숙, 김세진, 최광덕 등이 출연한다.
전수일 감독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열악한 실태와 그 속에 가리워진 아픈 과거를 끄집어내 새로운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아메리카 타운은 A-타운이라 불리기도 하면서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다.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유흥지가, 조명판 아래 시대의 아픔을 재현하는 촬영지로 변모하게 됐다.
영화가 촬영되는 현장은 영업 중인 곳도 있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8억원으로 책정된 영화 예산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했지만, 목표치에 다가가려면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주변 상인들의 일부 반대 움직임은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인근 상인들의 원성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상인들은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지만, 몇몇 상인들은 “영화 촬영으로 인해 동네 이미지만 나뻐지는 것은 아닐까”라며 적지 않게 염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반면에, 내심 반기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우리 동네도 영화가 흥행이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관광 명소로 되지 않겠느냐”면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영화 촬영을 앞두고 군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이 펼쳐졌다.
지난 12월 중순경 군산영화인협회 사무실에서 개최된 오디션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오디션으로 시민들은 단역과 엑스트라 등의 역할을 나눠 맡아 영화에 직접 출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인 크랭크인에 들어간 영화 ‘아메리카 타운’은, 올 가을 국내 개봉을 목표로 다음 달까지 촬영을 마칠 계획이다.
’전수일 감독과 배우 김단율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기지촌 역사의 아픈 상처를 돌아보고, 영화를 통해서 그 아픔을 관객들과 함게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13일 오후 영화 ‘아메리카 타운’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세트장에서 열린 고사제 현장에서 전수일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전 감독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미 영화계에서 조재현, 설경구 등 유명 배우들과 작업을 함께하며, 여러 작품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베테랑이지만 영화의 시작이 떨리긴 마찬가지.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와 칸, 베니스, 모스크바 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그의 작품들은 국내·외 관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전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일인데, 아름다운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군산 해망동에서 영화 ‘핑크’를 촬영했었다”며, “그 때 군산에도 아메리카 타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이번 영화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구상만 하더라도 1년이 넘게 걸렸으며, 캐스팅을 하는데 있어서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던 중 흙 속의 진주처럼 배우 김단율을 발견했다.
영화 속 15살 중학생 소년으로 나오는 상국이란 역할에 나이부터 이미지까지 딱 들어 맞았다.
배우 김단율은 “아직 어려서 영화 소재 자체를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열심히 준비 중에 있다”면서, “이런 좋은 감독과 작품을 함게 되어 영광이고, 그만큼 캐릭터를 열심히 분석해 촬영에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