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노인들, 여전히 추운 겨울
홀로 사는 노인들, 여전히 추운 겨울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7.01.1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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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홀로된 손녀딸을 보듬어 안고 추위를 달래고 있다./김얼기자

 “아무리 추운 겨울도 손녀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더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올겨울 매서운 한파가 저소득층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더 혹독하다. 설 명절을 앞둔 이맘때면 더 그렇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4일 오전, 채 5평도 안 되는 비좁은 방에서 8살 손녀와 함께 겨울나기를 하는 오모(75·전주시 진북동) 할머니를 만났다.

오전 내내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오셨다는 할머니는 냉골에 연신 입김을 불면서 손을 비비며 얼어붙은 손을 녹인다.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운명하고 할머니는 손녀와 함께 산지 벌써 5년 째다.

손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폐지를 줍기 시작한 할머니는 설상가상으로 최근 당뇨까지 앓아 움직이기가 갈수록 힘에 부친다.

아픈 몸을 온종일 움직여봤자 수중에 들어오는 건 겨우 몇천 원. 요즘 길거리에 갈수록 폐지 구하기도 어려워 이틀치를 수거 해 8천300원을 받았다. 할머니는 그래도 이 돈으로 손녀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의 경제적 수입원은 매달 노인연금으로 받는 20여만 원과 폐지 수거를 통해 약 10만 원 총 30여만 원 그리고 손녀가 받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이 전부다. 이중 월세(5만 원)와 전기료 등이 고정적으로 지출되고 겨울에는 난방비까지 추가된다. 나머지 돈으로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충당하기엔 너무나 빠듯한 상황. 할머니는 폐지를 더 주우러 나가지만 갈수록 날씨가 추워져서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설 명절을 앞두고 더 힘들다.

오 할머니는 “명절날 큰집에 가면 아들뻘 되는 조카들이 있어 이들을 볼 때마다 하늘나라로 간 아들이 생각난다”며 “아들 생각을 하면 속상하기만 해서 명절을 챙기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할머니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우리 착한 손녀 뒷바라지라도 계속 해주고 싶은데 몸이 성치 않으니…. 내가 당장에라도 죽으면 저 어린 아이를 누가 지켜주느냐?”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가난, 고독 그리고 질병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할머니의 얼굴이 더 외로워 보인다.

태평성결교회 이영주 전도사는 “교회에서 할머니에게 매달 쌀과 김치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몸이 편찮은 할머니가 손녀에게 직접 음식도 해주는 등 가장역할을 제대로 하고 계신다. 힘들어도 내색 내지 않고 희망을 품고 있어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시 홀몸노인은 8,352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1,800여 명의 정도가 전주시 원스톱독거노인지원센터의 관리를 받고 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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