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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본성을 추구하는 물화(物化)의 시학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26 송희(宋姬:1957-)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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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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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주 출생, 본명은 송영희. 전주성심여고를 졸업하고 인도 Oneness University Trainer 과정 졸업. 1996년 <<자유문학>>에서 <새> 외 4편으로 등단. 시집 <<탱자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와 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 등을 발간하면서 전북시인협회장을 역임하였음. 그의 시는 견고한 언어의 각질을 깨뜨려 그 안에 들어 있는 속살의 언어로 사물의 실재에 접근, 자연과의 합일을 시도한 생명미학의 창조적 시학를 추구하고 있다.


산책길에서 곱게 늙은 단풍을 따
물항아리에 띄웠다

동(動)
동(動)
동(動)

잎은 잠깐 시간을 구르더니
빛, 바람, 소리, 벌레자국까지
제 가졌던 것을 죄다
다시
풀어내는 거다

붉다
붉어

물든다는 건
바람에 젖은 갈대가 휘파람을 불게 되는 것
천만년 쓸린 바닷돌이 파도소리를 갖게 되는 것
야문 손톱에 들어온 봉숭아 꽃잎이 첫사랑을 놓지 않는 것

물든다는 건
내게 건너오도록 온전히 날 비우는 것이다.

- <물듦> 전문


‘물든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놓아 하나의 소리, 하나의 숨결로 우주와 하나로 합일 되는 물화(物化)의 길이다. 이는 자신의 일생을 비워 그가 ‘내게 건너오도록 온전히 날 비우는’ 자기 소멸의 길이기도 하다. ‘나의 시는 자연과의 합일점을 찾는 과정이다. 관계에 부딪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썩어 피는 것이 나의 시이다’ 때문에 ‘나를 없애고 대상과 동일화 되어가는 과정. 나와 대상의 간극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시를 쓸 수 있게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대상과의 경계를 넘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세계는 그의 시에 그대로 이어져 있다.“너와 나, 나무와 바람, 하늘과 땅 그런 것에는 왜 간극이 있고 얼마간의 시간이 느껴질까 탱자가시를 따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과’라든가 ‘와’를 톡 터뜨린다”(<탱자가시로 묻다> 일부)가 그것이다. 대상에 그대로 다가가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며 원초적 감동 그대로 물들어가고자 한다.


그 말을 들어도 낯설지 않다
이미 여름보다 가을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심장 또한 굵직한 주름잡혔다
혀가 단단했던 죄로 눈화살이
혓바늘에 꽂히기도 하였던가 사랑하는
친구를 스승을 잃기도 했던가
“너의 혀는 늙었다”고 해도
이제 슬겅슬겅 슬프지 않다
혀 또한 나의 부분이고 상처난 자리엔
단단한 살이 차오르는 것
혀를 빠져 나간 독이 삭아서
눈이 더 깊게 패였다는 것
내가 핥은 시간만큼 이제
혀는 쭈굴쭈굴해졌다
힘을 놓아 좋은 게 얼마나 많은지
고이지 않은 세월을 보면 안다

-<너의 혀는 늙었다> 전문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줄 알게 되기까지 ‘굳어 있던 혀의 독’을 삭혀 쭈글쭈글해져 갔다고 그는 전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살려 보다 큰 것으로 화해 가는 대이화지(大而化之) 승화의 길이다. 이처럼 시인은 아상(我相)을 허문 무아의 경지에서 우주적 생성관으로 궁극의 실재인 도(道)를 추구하고 있다. 비워내고 흘러 보내는 허정의 삶을 통해 세월의 독을 삭히고 있는 모습도 그러한 수행자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미당문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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