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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원의 인문소설 ‘혼, 백’조선의 사대부 문장·문체의 이면에 담긴 진짜 나랏글을 찾아가는 여정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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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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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지문은 나라의 지문과 같다. 나라마다 독특한 무늬가 있듯 나랏글에도 저마다 특별한 무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결국 나랏글이 국가의 전통을 세우고, 나라의 문체가 나라의 존엄을 지탱하는 것이며, 문체의 역사가 국가의 역사를 열어가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성에 주목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토리작가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 서철원씨의 도전은 끝이 없다.

최근 출간한 ‘혼,백(인사이트·1만3,500원)’은 일반적으로 읽히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해체한 소설로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나 소설책을 뒤적이다 어느 부분과 만나든 조선의 문체와 문장에 대한 이야기에 빠지게 될 터다. 명나라와 청나라에 예속된 사대부의 문장, 그리고 문체의 탈식민지를 외치면서, 글의 이면을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내자면, 이 소설은 조선의 사대부 문장, 문체의 이면에 담긴 진짜 나랏글을 찾아간 여정이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와 정약용, 규장각 검서관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에 이르는 대장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고 있다. 규장각 각신들의 실록과 검서관들의 기록을 토대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 이해할 수 없는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진실의 역사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물론 이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옳고 그름의 역사적인 해석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보다 주안점을 두는 건 인문학적 요소인 것. 영조임금에서 규장각 검사관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은 소설 속에 얽혀 있는 사도의 죽음에 관한 진실, 그리고 조선 문체를 둘러싼 지성들의 탈식민적 고뇌와 번민으로 마감된다.

사도의 죽음과 조선의 나랏글에 대한 실존들의 고뇌를 실상과 허구의 짜임으로 구획한 까닭 또한 조선 문체에 관한 탈식민의 사유, 그 이상에 있지 않다. 그 속에는 노론과 소론의 정치적 신망과 갈등이 있으며, 붕당의 허기에서 밀려오는 탕평의 진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들의 연결은 독자로 하여금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사유가 가능한 지점을 벌어준다.

궁극적으로는 잃어버린 나라, 발해에 담긴 민족적 얼과 전통에 소설의 근본이 됨을 뜨겁게 고백한다.

서철원 작가는 “이 소설의 궁극은 옳고 그름의 역사해석이 아닌, 조선의 정치 소용돌이와 역사적 팩트, 그리고 역사의 인문학적 융화에 있다”면서 “조선후기 시대의 상처를 관통하는 소설의 능선들이 역사의 산맥을 가로지르면, 후세에 남은 자들은 한 가닥 치유로 발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망은 희망할 수 없는 날들이 희박할 때 더 절실할 것”이라며 “역사와 상상력을 가로막는 장벽 앞에 시름하여도 결국 딛고 일어설 것은 인문이고, 넘지 못할 것은 사유로 채워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경남 함양 출생으로 전북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13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과 2016년 ‘제8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왕의 초상’과 9인 가족테마소설 ‘두 번 결혼할 법’등의 작품집을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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