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런과 공공 규제혁신
치킨런과 공공 규제혁신
  • 임중식
  • 승인 2017.01.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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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가능성이 있긴 있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야.” 2000년도 영국의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Chicken Run)’의 주인공 ‘진저’가 현실 위기에 미래를 포기하고 낙담하는 동료에게 던진 말이다. 영화 속에서 암탉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에 처하게 되자, 이루고자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결국엔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트렌드분석센터는 2017년 새해 키워드로 ‘치킨런’을 선정하였다. 국내 불안과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새롭게 비상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닭들이 비상의 날갯짓으로 닭장을 탈출하는 것처럼 자기혁신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삶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공공조달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정부 조달시장 규모 119조원 중 약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국내 공공조달시장의 포화상태로 인한 과다경쟁 속에 성장은커녕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기술개발, 품질개선과 해외 시장진출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려 노력한다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기업에 편중된 우리 경제 상황 속에서 튼튼한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닭장을 탈출한 닭들처럼 혁신적인 전략을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마부작침(磨斧作針) 하여야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공공조달은 생산제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다. 그래서 공공조달을 책임지는 조달청에서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공공조달의 규제혁신’이다. 규제가 중소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공공조달의 근원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무조정실 주도 하에 ‘민관합동 조달혁신 TF’가 구성되었다. 이 자리에서 조달청은 ‘진입장벽·불합리한 절차 폐지’ 등 4대분야 44건을 규제개선과제로 확정하여 정부조달의 불합리한 제도혁신을 추진키로 했다. 공공조달의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조달혁신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혁신방안은 첫째, 조달시장 진입장벽 완화이다. 실적제한 완화, 업종 등 기업제한을 합리화시켜 창업·중소기업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벤처나라’의 활성화를 통하여 창업·벤처기업의 판로지원 및 기술력 제고를 유도하려 한다. 둘째, 적격심사 재무평가 간소화 및 MAS 등록 간소화 등 조달 기준 및 절차의 합리화로 기업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한다. 세 번째는 적정단가를 보장하고, 조달비용 감축으로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정조달의 기반 조성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달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조달규제를 합리화하고, 공정조달의 규제기준을 마련하여 신뢰받는 조달행정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공조달의 ‘규제혁신’이 판로확보에 숨통이 막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넓은 시장으로 비상하기 위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이다. 정유년은 ‘밝다’, ‘총명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벽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도 ‘하루의 시작’ 또는 ‘희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는 말처럼 희망을 갖고 국내 경제의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위기를 극복해 중소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영리한 닭들처럼 함께 날갯짓을 하여 모두가 밝은 미래로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중식<전북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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