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폐쇄는 ‘정주영 정신’을 포기하는 일
군산조선소 폐쇄는 ‘정주영 정신’을 포기하는 일
  • 임병찬
  • 승인 2017.01.02 14: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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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는 불가능의 가능에 도전했던 불굴의 기업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창업주 정주영 정신은 이미 세계 기업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폐쇄한다면, 그것은 창업주 정신을 포기하는 일이다.

군산조선소 건립이 확정된 지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업의 장기 침체가 한창이었던 고난의 시절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사업 부지난을 겪었고, 전북도와 군산시가 “심장이라도 도려내 모든 지원에 나서겠다”며 전폭적인 행정적 지원에 나서 2010년 군산조선소의 준공을 일궈냈다. 가난한 동네의 지자체이지만 열악한 재정 속에서 200억원의 투자보조금도 선뜻 지원했다.

2년이란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이 터를 잡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부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소중한 역사였다. 조선 산업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전북이나, 낙후 지역에 번듯한 기업 하나 세우겠다는 현대나, 어찌 보면 불가능에 도전했고 가능성을 창조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낸다는 창업주 정신이 군산조선소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덕분에 군산조선소의 도크는 낙후 전북에 희망을 불어넣는 상징이 됐다.

필자는 여수MBC 사장으로 재임하던 1990년에 정주영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여수 율촌산단 조성을 건의한 바 있다. 모래층 지형에 파일을 박는 일이 어려울 것이란 주변의 지적이 나오자 정 회장은 “불가능은 없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 지금의 기적을 일궜다. 이것이 정주영 정신이다. 군산조선소의 문을 닫는다면, 기업의 정신적 뿌리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똑같다.

군산조선소의 폐쇄는 한국 기업의 자존심과 도전 정신을 꺾는 일이며, 열화와 같이 뜨겁게 현대중공업을 응원해온 200만 애향 도민들의 꿈과 희망을 묵살하는 처사와 같다. 조선 산업은 경기 순환주기의 맨 앞에 서 있다. 지금은 세계 관련 산업이 난관에 처해 있지만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침체기를 벗어 회복기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세계적인 해운회사들의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운송 운임이 현실화될 경우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부추겨 신규 선박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세계적인 군산조선소를 문 닫는다면 미래로 나가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이미 하나의 기업이 아니다. 130만톤의 도크와 1천650톤의 골리앗 크레인은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매출 1조2천억원에 인건비만 1천975억원에 육박하는 군산조선소는 전북경제의 상징이자 군산경제 그 자체이다. 통계로 봐도 군산조선소 하나의 전북수출 기여도는 무려 9%에 근접하고 군산경제의 24%를 지탱하고 있다. 지역 산업계의 기둥인 군산조선소가 폐쇄 위기에 직면하면서 관련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이미 700여 명이 실직하는 등 대량실업 사태가 전북을 덮치고, 산업계 전반의 악영향이 지역총생산(GRDP)까지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군산조선소의 명운을 기업의 단순한 경제 논리로 판단해선 절대 안 된다. 군산조선소엔 창업주의 소중한 정신이 녹아 있고, 지역감정의 벽을 허무는 가치가 숨어 있고, 세계 조선 산업의 회복기를 대비하고 전북경제의 상징을 복구해야 한다는 중첩된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모든 의미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평가해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존치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조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입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특히 국가적 과제인 균형발전과 지역장벽 제거 차원에서 군산조선소의 일감 마련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하나의 기업 지원을 통해 두 개의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도 과하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차제에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뚝심을 발휘해 세계적인 군산조선소를 문 닫는 우를 범해선 절대 안 될 것이다.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임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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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ㅇㄹ 2017-01-04 22:25:16
은퇴하세요. 새로운 사람이 나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