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 박승환
  • 승인 2016.12.28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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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나요? 요즘 주변인들 만나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요즘엔 ‘블랙리스트’ 명단에 들어 있지 않으면 그 또한 블랙리스트다. 그럼 ‘화이트리스트’에는 들어 있을까? 나름 활동 열심히 했는데, 내 이름은 왜 안 들어 있는지……. 요즘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많이 회자하는 내용이다.

언제부터인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문화예술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현재에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예술적 활동뿐만 아니라 동시대, 현 사회에 대한 관심과 소신의 표출도 문화예술인의 중요한 덕목이 된듯하다.

블랙리스트란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소신 행위에 따라 관리한다는 뜻이다. 특히, 기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블랙리스트’로 구분된다는 것은 곧 해당한 단체와 개인 등의 모든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지원금의 중단과 각종 관련 공모사업과 프로젝트에서의 배제다. 필자도 경험을 해봐서 그 폐해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올해는 우울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병신년[丙申年], 올 한해도 저물어간다. 나름 현시대의 트렌드와 검색어를 바탕으로 칼럼을 써왔지만 그래도 그중 기억에 남는 글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혁신’이란 단어로 연초를 장식하였다.

오리지널에 새로운 리뉴얼을 보태는 일로 판단하고, 독창성을 갖기 위해 기존의 관례와 방식에 새로움을 보태는 것으로, 54년 동안 같은 주제로 24개의 영화를 제작하고 성공할 수 있는 비결, ‘007 영화’를 칼럼에 인용하였다. 결국 혁신은 리뉴얼과 연륜이 함께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풀어보았다.

이후 알파고와의 세기적 바둑대결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감성의 전달과 AI, 즉 인공지능의 편리함과 위험성에 대해 칼럼을 작성하였고, 이제 우리 스스로 안정적 현실에 ‘저항하는 사춘기’가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당장은 인공지능보다 AI, 즉 조류독감이 더 위기다.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인간의 식성만을 위한 생산성으로 길러지는 수천만 마리의 닭은 아무리 항생제를 투여한 들 그 저항력은 자유로운 철새들에 비해 미미한 면역성을 지녔을 뿐이다. 사육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전주국제사진제를 준비하고 집행되던 볕이 좋은 계절, 사진축제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하였다. 지역문화 예술 활동에 대한 어려움과 공모사업에 의존하는 예산의 한계는 사심 없이 집행하는 운영진들에게 항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일 수밖에 없는지…….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더 보탠 듯하다. 로봇이 모든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인간의 부정확성을 교정시키고, 편리함도 함께 누린다.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로봇은 예전 시대의 대가들의 화풍이나 감성, 장르를 새로운 작품으로 구현해 낸다. 하지만, 인간의 개성은 완전히 달라 형식에 맞지 않아도, 고행 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 이상한 부류로 수치적 계산으로서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올여름엔 리우 올림픽이 열렸다. 여름소년, 겨울소녀의 아름다운 광고카피인 ‘소나기’ 주인공을 인용하였고, 청년이 된 ‘박태환’이라는 수영천재는 이젠 영원히 묻히는 듯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국정농단의 검은 손들이 가로막고 있었다는 증언과, 다시 세계무대에서 재기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는 소식은 국민 모두를 참으로 미안하고 감사하게 만들었다.

국가재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버스화재로 이십여 명이 사망한 참으로 절대 변하지 않은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에 국민들은 넋을 잃었다. 유치원 화재, MT중 천장 붕괴, 세월호 등 끝없이 계속되는 국가재난엔 언제나 그 중심엔 옳지 못한 그들만의 ‘룰’이 숨어 있었다.

한해의 마무리엔 단군 이래 전무후무한 참으로 부끄러운 국정농단 사건이 병신년[丙申年]을 지난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이다. 참으로 생각이 많을 닭이다. 아울러 필자가 칼럼을 쓴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다지 좋은 글을 독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부족함에 용서와 고마움을 전한다.

박승환<전주대 교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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