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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나기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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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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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신년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지나간 한 해를 생각해보니 마음이 무겁다. 더욱이 올겨울은 예년보다 유난히 춥다니 서민들의 시림은 커질 것이다.

비선실세에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 등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쳐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연말특수를 맞아 개인과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예년만 못하여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따뜻한 겨울나기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도 지난 주말에 딸들과 봉사단체에서 주관하고 주민센터 도움을 받아 연말 연탄배달 봉사현장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삶의 현장을 직시하고 참된 봉사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미래의 꿈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전체적인 상황은 열악했다.

연탄으로 난방하기 때문에 화재 및 연탄가스 등으로 많은 위험이 예상되었으나, 기름보일러로 선뜻 교체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단다.

자비로는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자체나 봉사단체 후원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데, 대부분 민간 봉사단체와 기업들이 시쳇말로 “티”가 나는 연탄 기부만 선호해서 그렇단다.

‘연탄=극빈층’, ‘기름=형편이 나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아직도 대명사처럼 통하긴 하나, 생활개선의 효과와 함께 난방용 연료를 후원하는 기부 형태를 바꿔봄이 어떨지 생각해 본다.

어릴 적에 서리가 세 번 내리고 감을 따야 맛이 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어른들 생활의 지혜가 묻어난 대목이었던 것 같다.

그때쯤이면 부모님께서는 김장준비로 분주하셨고 추수가 끝난 들판 모포기엔 서리가 내려앉아 을씨년스럽게 겨울을 재촉하였다.

부엌옆 처마 밑에는 가지런히 장작더미가 쌓여 있고 창고 옆 모퉁이 하얀 벽엔 지난겨울에 쌓아놓은 연탄흔적들이 올겨울도 연탄이 가득 쌓을 것이라는 기대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독대 옆 공터에는 김치보관용 항아리가 묻혀 있었다. 김장철이 되면 깨끗하게 씻어야 했는데 김치 묵은 냄새가 나서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고, 형제들끼리 서로 미루다 부모님께 혼났던 기억이 새롭다.

윗방 구석에는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가 옥수숫대로 엮은 울 안에 가득하고 광에는 방앗간에서 찌어온 쌀가마니가 쌓여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괜히 좋았고, 부모님께서도 든든해 하셨던 것 같다.

텃밭엔 겨울에 먹을량으로 무를 땅속에 파묻고 끝에만 짚으로 덮어 내먹기 좋게 보관하였었다.

이른 봄이면 노란 무순이 자라 있었는데, 어머님께서 밥을 지으실 때 노란 무순을 데쳐서 무쳐주시면 그 맛 또한 별미였다.

이렇듯 넉넉하진 않았지만, 올망졸망한 자식들과 함께 동장군(冬將軍)을 슬기롭게 이겨보려는 부모님의 지혜를 보면서 어릴 적엔 미처 몰랐지만, 가정을 이루고 부대끼며 살다 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득한 추억이 그리움으로 남아 회상하면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진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겨울나기 준비는 방법만 다를 뿐이지 마음은 같을 것이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겨울나기 준비에 번잡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다.

겨울은 없는 사람에게 더 춥다는 말이 있다.

소외계층이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의 겨울준비는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시국도 어렵고 경제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엄동설한에 몸은 춥지만 마음까지 춥다면 되겠는가.

서로 작은 정성과 온정이 모아지면 아름다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따뜻한 겨울나기 지혜를 발휘하여 지치고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의 손길을 내밀 때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도 잘 마무리 하고, 희망이 가득한 정유년 새해를 기대해 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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