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개헌 고리로 보수와 진보 양자대결
[신년] 개헌 고리로 보수와 진보 양자대결
  • 전형남 기자
  • 승인 2016.12.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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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 후 올해 1월 20일경 개혁보수신당 (가칭)을 창당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 판도가 복잡해졌다.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보수신당 출현을 빅뱅으로 보고 있다. 야당 비주류 세력들까지 가세해 ‘헤쳐 모여’에 나서면 제3지대 정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게 된다. 개헌을 고리로 한 ‘빅 텐트’가 쳐질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해 새누리당 비박계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를 영입의 길을 열어놨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이 새누리당 분당으로 다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수와 진보 양자대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 연대 혹은 통합의 큰 틀에 개헌파 대선후보군이 참여해 원샷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신당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와의 반문·비문 연대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차기 대선 지형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기 대선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등 민주당 후보와 대항 주자가 맞붙는 양자 구도로 치러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친박계가 주도하는 새누리당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비박계를 향해서는 탈당을 전제로 한 연대 가능성을 거듭 시사해왔다. 안 전 대표와 개혁 보수를 지지하는 유권자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두 세력 간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라운드 테이블’이 구성될 경우 차기 대선은 또 다른 형국을 맞게 된다.

김무성 전 대표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 의원 등 개헌론자 상당수가 보수신당에 포진해 있다. 개헌론이 불붙을 경우 여권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물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까지 참여하는 말 그대로의 ‘빅 텐트’가 쳐질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헌을 전제로 범 보수진영 대연합을 구성해 연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과거 대선과 달리 상대를 압도하는 후보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은 국민의당 행보가 대선 지형의 최대 변수다. 국민의당은 지난 4·13총선을 통해 전북 정치권의 주류로 등장했지만 차기 대선에서 자체 동력만으로는 대선에 승리하기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대선전 정계개편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데 국민의당 소속 전북 의원들 간 입장이 서로 다르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와 연대 혹은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반면 일부 의원들은 찬성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대구·경북 의원 중심의 친박계 인사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민의당 전북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와 통합 내지 연대에 대한 지역구 여론을 청취할 수 밖에 없다.

전북 정치권의 모 인사는 “정치공학적으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을 포함해 제3지대 창당 등 몸집을 키우는 것이 유리해 보이지만 전북 정서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손 잡는 것에 자체가 개혁적인 호남 민심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타당에 비해 다소 느긋한 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등 대권 후보가 넘쳐나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고 현재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타당을 압도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선두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뛰는 당내 경선이 최대 흥행요소로 꼽힌다. 반면 치열한 내부경쟁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 독주에 반발한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이탈을 점치기도 한다. 이 경우 비문이 다른 제3지대 세력과 힘을 합쳐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킬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 측이 제3지대의 돌풍과 ‘반기문 변수’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집단 탈당해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대선주자가 사라졌다. 어느 시점에서는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새롭게 판을 짜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회자한다.

두 사람 모두 친박계 결사체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탄핵국면으로 국정운영 최고사령관에 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력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정치현안과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당내에서는 친박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의 역할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남아 있다.

‘반기문 영입’ 카드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란 관측이 나온다. 반 총장의 최근 행보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 입당을 기대하긴 어려워졌지만, 반 총장 주축의 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한 막판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제3지대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당장 보수신당과 합당을 추진하거나 비문 진영을 흡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조기 대선일정이 확정되면, 후보 단일화를 거쳐 3자나 양자로 대선구도를 단순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안 전 대표 독무대로 대선 채비를 하는 것보다는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제3지대에서 대규모 반문(반문재인) 연합전선이 꾸려지면, 패권 세력 척결을 내세우는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운찬 전 총리 등이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창당을 앞둔 개혁보수신당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선주자로 거론되지만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제3지대에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세력을 규합해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념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고 수도권과 호남의 지역 기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이 우선 협상 파트너로 거론된다. 여기에 반 총장이 비박계를 정치적 동지로 선택하면 보수신당의 파괴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보수층 결집과 충청권 지역기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서울=전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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