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4> 성탄절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4> 성탄절
  • 김상기 기자
  • 승인 2016.12.19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시절이다. 나라는 어렵고, 그 그늘에 가린 국민의 삶은 더욱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곳곳에서 트리가 밝혀지고, 신나는 캐롤송도 들린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가족과 함께…’,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며…’ 와 같은 말들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이동근의 문화스캔들 열네 번째 이야기는 성탄절이다. 전북지역 수많은 성탄절 트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북대학교 교정에 놓인 아담한 배롱나무 트리다.

반짝반짝 장신구가 아니라 ‘내 이름은 라이언 그네누나는 라이어’, ‘이러려고 대학 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우리 가족의 기운을 모아 박근혜 아웃’, ‘가라는 좀 가라’, ‘그만두유’ 등의 문구가 걸려있다. 대학생들이 성탄절 즈음에 맞춰 아이디어를 낸 ‘하야트리’다.

“참, 세상이~” 트리 앞에 선 화가의 낮은 음성이 들려온다. 대학생들이 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실이 안타깝다. 담담히 그림을 그려가지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도 기독교연합회가 설치한 대형 트리가 있다. 대낮이고 날씨마저 쌀쌀해서 인지, 조명은 꺼져있고 인적도 드물다. 밤에 찾아온다면 휘황찬란한 트리 조명 아래 모여 밝게 웃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대형 트리를 그린 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라고 써 넣었다. 예전 같으면 딱 여기까지가 성탄절 분위기일 텐데, 올해는 풍경이 다르다. 광장 주변에는 성탄절과 별개의 현수막도 여럿 붙어있다. 결국 ‘박근혜 무조건 즉각 퇴진’이란 또 다른 문구가 그림에 삽입되었다.

문화스캔들은 현장에서 그곳의 느낌을 생생히 담고자 기획됐다. 화가는 그 기획의도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김상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