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화스캔들 열네 번째 이야기는 성탄절이다. 전북지역 수많은 성탄절 트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북대학교 교정에 놓인 아담한 배롱나무 트리다.
반짝반짝 장신구가 아니라 ‘내 이름은 라이언 그네누나는 라이어’, ‘이러려고 대학 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우리 가족의 기운을 모아 박근혜 아웃’, ‘가라는 좀 가라’, ‘그만두유’ 등의 문구가 걸려있다. 대학생들이 성탄절 즈음에 맞춰 아이디어를 낸 ‘하야트리’다.
“참, 세상이~” 트리 앞에 선 화가의 낮은 음성이 들려온다. 대학생들이 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실이 안타깝다. 담담히 그림을 그려가지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대형 트리를 그린 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라고 써 넣었다. 예전 같으면 딱 여기까지가 성탄절 분위기일 텐데, 올해는 풍경이 다르다. 광장 주변에는 성탄절과 별개의 현수막도 여럿 붙어있다. 결국 ‘박근혜 무조건 즉각 퇴진’이란 또 다른 문구가 그림에 삽입되었다.
문화스캔들은 현장에서 그곳의 느낌을 생생히 담고자 기획됐다. 화가는 그 기획의도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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