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3> 내장사 가는 길목에서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3> 내장사 가는 길목에서
  • 정금성
  • 승인 2016.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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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장산은 어떨까. 산책로를 따라가면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처럼, 호수 위에 뜬 ‘우화정’을 발견하게 된다. 호수를 둘러싼 수목이 장관이라 단풍철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뽐냈으리라.

우화정에서 바라본 연자봉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개인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 편리성과 오르며 경관을 관조하는 느낌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연자봉의 연자씨를 만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새들의 친구같은 할머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꿔 보기도 한다.
내장사에 다다르니 정혜루가 우리를 반긴다. 성임의 정혜루기에는 이렇게 전한다. “누의 처마와 기둥은 날아갈 듯하고 창과 난간은 성글어 시원하여 그 규모가 장엄하고 아름다움이 견줄 데 없으니 그 이름을 ‘정혜’라 하였다.”

현판은 한국의 고승이자 불교학자로,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원장을 지내며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탄허스님의 글씨다.

정읍은 내장산이 있어 더욱 유명하고, 내장산은 내장사를 얻어 더욱 아름다우며, 내장사는 정혜루를 얻어 더욱 빛나리니….


화가는 고향이 정읍이라 했다. 정혜루에 올라 한 동안 주변을 음미하고 “자리 펴고 그림 공부하기 딱 좋은 곳”이라 내뱉었다. 정혜루를 스케치하더니, 연못에 놓인 동자상, 한쪽으로 옮겨진 석탑, 입구의 감나무까지 재밌다는 듯 쓱쓱 스케치를 진행했다.

축제 같았던 단풍이 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12월, 내장사 가는 길목의 소회를 화가는 또 다른 의미로 그려내고 있었다.
 

▶ 정금성
정읍N사람, 지역활성화연구소 대표
(사)정읍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전북과학대학교 방송연예미디어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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