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합시다
  • 나영주
  • 승인 2016.12.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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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하나같다. 사건의 내용은 달라도 결국 ‘법대로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받을 돈이 있는 민사사건이라고 하자.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꿔간 사람이 ‘법대로 하세요’라고 하면 당사자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당사자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돈인데 변호사 선임비와 소송에 따르는 비용까지 일단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송 종료까지 길고 긴 법정 다툼의 수고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부담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결국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절차를 거친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광우병 파동, 세월호와 메르스, 최근에 발생한 경주 지진 사태까지, 우리 국민들은 국방, 과학, 의학, 해상, 원자력, 지진까지 매번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마찬가지다. 헌법 공부를 해야 했다. 온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며(헌법 제65조 제2항),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는 법률 절차를 공부했다.

헌법 제65조 제4항은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고, 탄핵 결정은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이 결정되어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60일이 지나야 한다. 앞으로 멀고 험난한 길이 국민 앞에 펼쳐져 있다.

국회가 밝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다음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의 의무 대부분을 훼손하였다. 헌법에 대한 문외한이라고 해도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인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주의 및 헌법 제67조 제1항의 대의민주주의를 심각히 침해한 사실은 쉽게 안다. 나아가 법치국가원칙, 직업공무원제도,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 평등원칙, 재산권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사적자치에 기초한 시장경제질서,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와 농락 또한 그러하다.

형사책임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셈하기도 어렵다.

국민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서 박근혜씨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필자는 변호사로서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이길 수 있습니다’ 의뢰인인 국민은 되물을 것이다. ‘그런데 왜 스스로 물러나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경우 할 말이 없다.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를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대는 파렴치하고 뻔뻔하다. 법대로 하면 된다. 다만, 국민은 박근혜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검찰의 기소, 형사 법원의 판결까지의 기나긴 소송 과정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는지 자괴심이 들 법하다. 참으로 가여운 국민이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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