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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낭만닥터
김철승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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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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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진료 외에 요즘 많이 하는 일이 빈 병실 확보이다. 응급실이 입원대기 환자로 가득차면 신규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응급실은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까지 영향을 받게 되고 빈 병실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작년 메르스가 휩쓸고 갈 때의 응급실이 그야말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었다. 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꼭 필요한 환자만 병원 응급실을 찾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시행하는 역동적인 응급실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텔레비전 의학 드라마인 낭만닥터 김사부가 인기이다. 의학드라마는 특성상 기본적인 흥행을 보증받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어 발전하고 있다. 곁들여지는 남·여의 로맨스는 어떤 직업군이나 상대배역으로 잘 어울린다. 오히려 어색한 조합일수록 더욱 사람들의 흥미와 궁금증을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멋진 특전사 군인과의 로맨스가 판타지와 어울려 엄청난 흥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흥행의 또 다른 이유는 병원에는 인간의 ‘생로병사’가 압축되어 있고 수많은 질병만큼이나 더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다. 더불어 병원은 여러 직업군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의사 외에도 간호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기타 행정직원 등등 여러 직종들이 혼재되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그 중 긴박감을 느끼기에는 수술실이 가장 적합한 촬영장소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소아외과, 혈관외과 등 여러 다양한 외과 분야의 주인공들이 등장해왔다. 아무래도 수술 전·후의 드라마틱한 결과와 쉽게 구경하지 못하고 피와 연관된 생경한 분위기를 상상하게 하는 수술실의 풍경이 재미를 더하는 요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의 의학드라마도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미국의 유명한 ‘ER(Emergency Room)’이나 ‘Grey’s Anatomy’와 같은 사실적인 의학 장면들을 유사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시청자들도 이제는 어려운 의학용어가 불쑥 뛰어나와도 아무런 불편감이나 거부감 없이 드라마를 즐긴다. 또 하나는 3시간대기에 3분 진료라는 한국의 의료현실을 대하면서 좀 더 이상적인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열망도 포함되어 있겠다. 최신식 의료기기와 장비를 이용하는 현대식 대형병원보다는 조금 낙후되었으나 인간적이고 환자에 대한 열의와 애정이 있고 출중한 실력까지 겸비한 의사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현실에서는 철저한 직업관과 사명감을 가졌으면서 실력 있는 유능한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것일까? 왜 병원에는 지치고 무표정한 의사들만 있는 것일까? 항상 문제가 되는 응급실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수의 의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외과의사는 더욱더 열악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의사들이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처방과 검사결과 확인, 반복적인 설명 그리고 의무기록 및 서류 정리에 쓰고 있다. 의사 감독하에 의무기록 작성이나 사소한 행정엄부를 도와주는 보조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병원 평가에 대한 준비와 여러 시술과 처치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 작성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추기 위함이다. 올해 12월부터는 일명 ‘신해철 법’이라 불리는 의료분쟁 조정법이 개정되어 의료행위 중 사망이나 중증 장애가 발생한 환자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의료분쟁 조정을 받아야 한다. 법적인 판단에서 문제없다는 점을 의무기록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의대신입생 때는 외과 의사를 하고 싶어 하다가 막상 졸업하면 외과를 지원하지 않는 것일까? 병원에서 임상실습 때는 흥미를 보이다가 막상 전공과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등을 돌리는 것일까? 편하고 돈이 많이 벌리는 과를 좋아하고 개원이나 법적 위험부담이 크고 힘든 외과를 싫어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단순히 결론 내리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전국적으로 외과 전공의가 줄어들었으며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공의가 충분했던 시절에 비해 반절에서 삼분의 일로 감소하였다, 환자진료의 일선에 서 있는 전공의 수의 감소뿐만 아니라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금은 젊은 외과 의사들이 전공의들의 빈 근무시간을 채우고 있지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국민들의 생명을 생각한다면 응급실부터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인가?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 어린 외상환자를 해결하지 못해 아쉽게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 쉽게 해결된 문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또다시 어디선가 반복될 일이다. 아주 운이 좋아서 실력 있고 경험 있는 의사가 대기 중이고 수술실과 중환자실도 비어 있어야 생명을 건질 수 있는 응급실이라면 고쳐야만 하겠다. 원격의료와 같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에 미련두지 말자. 다음 정권에서는 생명을 운에 맡기는 일이 없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건강보험금이 수십조 원 쌓여 있다는데. 환자만 보는 낭만닥터가 부러운 날이다.

김철승<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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