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기업의 성장사다리, ‘벤처나라’
벤처·창업기업의 성장사다리, ‘벤처나라’
  • 임중식
  • 승인 2016.12.0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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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에 사는 펭귄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천적 또한 많아 펭귄의 무리는 바다에 들어가기를 머뭇거린다. 이때 한 마리가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든다. 이렇게 두려움을 이기고 앞장서서 다른 펭귄들을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퍼스트 펭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정신을 갖춘 선구자이다.

흔히들 벤처기업을 퍼스트펭귄에 비유한다. 벤처기업은 퍼스트펭귄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도전하기 때문이다. 성공신화를 꿈꾸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고, 3D프린터나 드론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선도적인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제2의 벤처붐이 불고 있다는 평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모험정신으로 도전하는 퍼스트펭귄이다보니 먹이는 잡지 못한 채, 사업화 과정에서 자금조달, 판로개척 등의 어려움으로 3 ~ 7년차 기간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3년 후 생존율은 41%로, OECD 17개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이며, 5년으로 넓혀보면 25%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3년이면 10개의 벤처기업 중 6개가 사라진다 하니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벤처기업은 신제품 개발은커녕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데스밸리라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그 규모가 아직은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한계에 다다른 저성장시대에 벤처?창업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준비를 할 때이다. 조달청은 그동안 벤처?창업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과 판로확대를 위해 물품구매 적격심사,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완화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했으나, 기업들은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이를 위해, 벤처·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개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벤처·창업기업 전용 온라인 쇼핑몰인 ‘벤처나라’이다.

‘벤처나라’는 기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거래하기 어려운 신기술, 융합·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 판매할 수 있는 전용몰이다. ‘벤처나라’에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기존의 MAS와는 달리 납품실적이 없어도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창업기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기에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벤처나라’가 기업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등록된 기업은 납품실적이 없어도 5년간 최소 5만여 개의 공공기관에 생산 제품을 홍보 및 납품을 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

‘벤처나라’는 공공조달시장이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되어 공공판로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주도록 이끌고, 조달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여기서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MAS나 우수조달물품으로 진출하여 공공판로를 확대하고, 해외시장까지도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벤처나라’가 뛰어난 벤처?창업기업을 강소기업으로, 강소기업을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성장사다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임중식<전북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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