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는 생명문
비상구는 생명문
  • 박재균
  • 승인 2016.12.0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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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활동보다는 영화를 종종 보게 된다. 아늑한 공간에서 팝콘과 함께 하는 영화 관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상영관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실내가 깜깜해지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 화재 시 대피요령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나는 주의 깊게 영상을 보고 내가 앉은 자리에서 어떻게 비상구로 가야할지 머리로 그려본다.

어쩌면 직업병일지도 모르는 습관이다. 어둡거나 낯선 실내에서는 나도 모르게 비상구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화재가 나거나 지진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마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고가 나한테 발생할 것이며, 그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화재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유독가스와 연기가 실내로 급속히 확산되므로 시야확보가 어렵고 정상적인 상황판단이 매우 어렵다. 실제 소방관들도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실내에 들어가더라도 연기로 인해 시야확보는 어렵다. 오로지 열을 감지하며 화점을 찾고 손에 붙들고 있는 소방호스로 퇴로를 확보할 뿐이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어둠과 두려움 속에서 불길과 연기를 피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비상구이다.

이러한 비상구가 닫혀있거나 주변 적치물로 인한 관리 소홀로 대피가 어렵다면 비상구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고 각종 재난 발생 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비상구는 폐쇄하거나 주변 통로등에 물건을 쌓아놓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낯선 건물의 공간을 이용할 때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건물의 경우 유사시 방향을 잃고 크게 당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소 피난안내도를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피난안내도는 화재 발생 시 최단시간에 피난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이용객들이 보기 쉬운 곳에 부착되어 있다. 쉽게 지나치지 말고 주의 깊게 보면 위급 상황 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열고 나가면 생명의 문이 되는 비상구, 평소 비상구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의도적으로 몸에 익혀 정말 비상시 생명으로 가는 문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무진장소방서 방호구조과장 박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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