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두려운 당신에게
촛불이 두려운 당신에게
  • 장상록
  • 승인 2016.12.0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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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년 홍대용(洪大容)은 청(淸)에 다녀온다. 노론 명문가의 이 청년은 “큰 의심 없이 큰 깨달음 없다.”는 자신의 명제에 충실 한다. 그는 오랑캐가 세운 청이 번성하는 것을 보며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과연 조선에게 청은 어떤 존재인가. 북벌(北伐)의 대상?

나는 당시 조선의 평균적 사대부들이 가지는 청에 대한 복수심과 명에 대한 의리를 마냥 비판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병자호란의 참혹한 기억 앞에서 후손이 가지는 복수심을 어찌 마냥 잘못됐다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비록 성리학적 명분론에 근거할 지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생각 아니겠는가.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생각해볼 문제다.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이라는 위대한 발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 바 있다.

“나는 단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 그 어떤 후손이 앞선 세대의 공헌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혈연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원로인 한 분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현 시국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담은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당부의 말도 곁들였다. 그는 현 상황에서 과거 월남의 패망을 떠올린다고 했다. 월남과 한국은 쌍둥이 같은 존재로 비극적 상황이 이 땅에서도 벌어지는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실제 그 글을 작성한 당사자는 1975년 당시 외교관 신분으로 베트남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억류된 경험이 있다. 그가 겪었을 고초와 경험한 현실을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 혼자만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온 상당수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으리라. ‘어떻게 만들어 이 자리까지 온 나라인데..’

그래서일까. 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광화문 촛불을 보고 아리랑 축전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숫자에 대한 불신은 물론 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선 불온한 세력의 지원이 의심된다고 한다. 어찌 그 뿐인가. 불과 3%가 어떻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가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우국충정(憂國衷情)을 의심하지 않는다.

어쩌면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도처에서 촛불을 들고 나온 존재 이상으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현 상황은 과연 어떤 것일까.

민주국가의 최고지도자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특정 개인에게 사유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리가 발생한 것이 이번 상황이 발생한 가장 기본적 전제다. 거기에 더해 국민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명확해진 상황이다. 국민이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근본적 가치가 무너진데 대한 당연한 문제제기다. 이것이 왜 보수와 진보의 문제이고 또 안보를 위협하는 지에 대해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북한의 일사불란함과 효율적인 체제가 부럽다면 이것이야말로 비극적 거울 효과의 다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만일 김일성 광장에 모인 군중과 광화문 광장에 모인 군중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그들은 답해야한다.

1970년대 인도는 자신들의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이 코카콜라와 IBM을 수출한다면 우리 인도는 요가와 명상을 수출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구글의 최고 CEO에는 인도인이 앉아있다. 사티야 나델라와 순다르 피차이, 그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까지 갔을까. 여기서 주목할 얘기 하나가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가 했다는 푸념 한 마디다. “왜 인도에서는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한국엔 요가와 명상도 없었지만 지금 세계적인 기업을 가진 나라가 됐다.

나는 아버지 세대의 업적에 존경을 표한다. 그것은 청년 홍대용이 가졌을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들은 원로가 되었다. 과도한 걱정과 논리의 강요가 원로의 권위가 될 순 없다.

당신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대한민국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후손들은 당신들 못지않게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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