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 단상
촛불 집회 단상
  • 오종남
  • 승인 2016.12.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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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토요일마다 계속되는 촛불 집회를 보며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편찬위원회(위원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코리안 미러클 4: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책자 발간 보고회를 가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부족으로 국가 부도 직전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청와대의 강봉균 경제수석과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4인이 팀을 이루어 세계가 주목하는 외환위기 극복 성공 사례를 주도하였다. 실무자로 참여한 다른 9인의 증언도 수록된 이 책자에는 당시 청와대 산업통신과학비서관으로 일한 필자도 증언했다. 공자는 일찍이 ‘맑은 거울은 형상을 살피게 하고, 지나간 옛일은 이제 될 일을 알게 한다’고 했다. 요즘처럼 정치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과거 IMF 구제금융 시작부터 종료까지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보는 일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1997년 고도성장을 누리던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연말까지 갚아야 할 외채 규모는 100억 달러가 넘는 실정인데 비해 보유 외환은 40억 달러도 채 안 되어 부득이 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경제발전 성과에 자만하여 분수에 넘는 과소비와 과다한 외채 도입의 결과 태국발 아시아 외환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국가 부도 직전에 처하게 되었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우리나라는 경제 주권을 넘겨주고 IMF 프로그램에 따라 경제를 운영해야만 했다. 하지만, 온 국민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동참한 결과 3년 만에 IMF 체제를 끝내고 경제 주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 치욕적인 경제 주권의 상실은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군 ‘금 모으기’ 운동이다. 국민들은 장롱 속에 깊숙이 보관하고 있던 금을 꺼내 은행으로 모여들었다. 금이라도 해외에 팔아서 우리 경제에 힘을 보태자는 갸륵한 뜻이 모아진 것이다. 자생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10여 일 만에 참가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모아진 금은 무려 20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 민족은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 가운데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재기에 성공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 경험 덕분에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경제 침체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는 능력도 확인한 셈이다. 이번의 국정 부재 현상은 또 한번 우리 민족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물론 외환위기 말고도 우리에게는 국정 부재의 경험이 없지 않다. 필자만 해도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생긴 국정 부재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경제기획원에 근무하던 필자는 유고 다음 날인 10월 27일 새벽에 불려 나와 신현확 당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대국민 담화문’을 준비하는 팀의 일원으로 참여한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번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출판 보고회에서 원로들은 “지금의 상황을 잘 극복하기만 하면 1987년 민주 항쟁으로 만들어진 30년 묵은 헌법 질서와 국가 경영 구조를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남의 흠을 지적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실천하는 자세가 더욱더 요청되는 지금이 아닐까?

오종남<새만금 민간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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