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2> 귀신사
이동근의 문(文)·화(畵)스캔들<12> 귀신사
  • 김상기 기자
  • 승인 2016.12.05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눈도 내렸다. 가을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햇살도 따스한 날 아담한 사찰 경내를 서성이면 가을은 여전히 그곳에 있음을 깨닫곤 한다. 지금은 입구까지 도로가 났다지만, 오래된 집들과 실개울을 지나 세월이 묻어나는 돌계단이 놓인 옛길도 여전한 곳. 이동근의 문화스캔들 열두 번째 이야기는 김제 귀신사(歸信寺)다. 그 어감이 독특해 “귀신이 나온다더라”며 농을 주고받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김제시 금산면 모악산 자락의 귀신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전해진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로 작고 한적한 곳이지만, 예전에는 규모가 대단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정복지 회유를 위해 각 지방 중심지에 세운 화엄십찰 가운데 하나로, 전주 일원을 관장했다. 한때 금산사가 이 절의 말사였고, 고려 말에는 왜구 300여 명이 이곳에 주둔할 정도였다. 지금도 경내 한 모퉁이에는 부서진 석재들이 잔뜩 쌓여있다. 그렇게 과거의 영화를 추측할 뿐이다.

 화가는 여러 번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지역에서 그림 공부 하던 사람이면 한번쯤은 와봤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익숙하게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대적광전 뒤편 높은 축대 위로 올라갔다. 이곳 지형의 나쁜 기운을 누르려 고려시대에 세웠다는 석수와 4.5m 높이의 백제계 석탑이 인상적이다. 감나무도 여럿 보인다. 여긴 세속의 냄새가 덜하다. 화가의 빙긋 웃는 눈빛이 이곳이 맘에 든다고 말하는 것 같다. 몇 점의 스케치가 유쾌하게 진행됐다.

명부전과 대적광전 안에서도 스케치가 이뤄졌다. 특히 명부전 인물상들이 무척 재밌다는 표정이다. 꼼꼼하게 진중한 작업이 이어졌다. 인물들이 조합되면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김상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