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를 만났어
애벌레를 만났어
  • 박성욱
  • 승인 2016.12.0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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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 안에 애벌레도 쑥쑥 자라네요. 오늘은 가을 날씨 체험도 할 겸 꼬물이들과 배추밭에 갔습니다. 배추가 모두 세 군데로 나뉘어 있는데 거기서 애벌레를 모두 아홉 마리 잡았습니다. 배추 흰나비 애벌레 두 마리는 관찰병에 넣고, 나머지 쐐기 벌레, 부지런한 검정 벌레, 통통한 나방 애벌레, 그리고 같은 형제처럼 보이는 작은 애벌레들을 배춧잎에 올려 놓고 관찰했어요. 먼저 이 상황을 수식으로 표현해 보았지요. 병에 두 마리, 첫 번째 잎사귀에 세 마리, 두 번째 잎사귀에 네 마리, 모두 아홉 마리의 애벌레가 있네요. 그 다음 기준을 세워 분류해 보았어요. 여기저기서 기준들을 생각해 내느라 분주합니다.

털이 있는 애벌레와 없는 애벌레

크기가 작은 애벌레와 큰 애벌레

배추 흰나비 애벌레와 나머지 애벌레

죽은 척 하는 애벌레와 움직이는 애벌레

배춧잎에 붙어 잇는 애벌레와 나가려는 애벌레

가짜 눈이 있는 애벌레와 없는 애벌레

*똑똑한 애벌레와 멍청한 애벌레

“똑똑한 애벌레와 멍청한 애벌레”라고 분류한 지성이에게 “애벌레 지능을 어떻게 알 수 있어? 시험이라도 볼까? 다른 기준을 생각해 봐!”라고 말하고는 한참을 웃었는데 이것저것 분류를 하다가 다시 보니까 아까 활기차게 잘 움직이던 까만색 애벌레가 없어진 거예요. 다시 배추밭으로 갈까봐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찾았는데 글쎄 그 애벌레가 배춧잎 뒤에 가만히 붙어 있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이 애벌레는 머리도 좋다. 탈출하려고 배춧잎 뒤에 붙이 있네!” 감탄을 했지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지성이 얼굴이 환해지는 거예요. “맞잖아요. 똑똑한 애벌레!” “그래, 우리 지성이의 예언이 맞았구나! 정말 똑똑한 애벌레가 있네!” 한바탕 신 나게 웃었지요.

“이 애벌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실 죽일까 살릴까를 결정하라는 질문이었는데 아이들은 애벌레를 모두 살릴 거라는 전제로 얘기를 하더라구요. “교실에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만 있으니까 나방 애벌레도 어떻게 자라고 번데기가 되는지 보고 싶어요!” 몽땅 다 교실에 가져가서 관찰을 하자고 합니다. “지금 사육 상자에 한 마리 있고, 오늘도 아홉 마리를 가져가면 서로 싸울 거야. 배추에는 애벌레가 한 마리씩 밖에 없잖아. 그런데 이 벌레들을 한 곳에 많이 두면 비좁아서 힘들지도 몰라.” 배추를 생각하면 박멸의 대상이지만 아이들이 상처받을까봐 돌려서 말해 봅니다. “우리가 가져가서 키울게요.” 민혁이가 비장하게 말 하자 여기저기서 서로 애벌레를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나섭니다. 쐐기까지 분양을 마치고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교실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집에 살러간 일곱 마리의 애벌레는 무사히 나방이 될 수 있을까요?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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