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다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다
  • 이춘석
  • 승인 2016.11.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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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도 광화문 광장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민심의 촛불이 광장을 뒤덮었다. 비폭력 평화시위라는 기치 아래 횃불만 들지 않았을 뿐 시민들은 분노와 저항의 깃발들을 곧추세웠다. 이제 탄핵은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이행하고는 있지만, 그 동력의 시작과 끝은 국회 밖에 있다. 이번 주가 탄핵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앞으로 최소 3, 4개월은 지속할 이 탄핵정국의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솔직히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민심의 불길이 우리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고 있는지 만큼은 분명하다.

첫째, 검찰에 대한 국민의 명령은 사건의 본질을 밝혀내는 것이다. 곧 뇌물죄의 입증이다.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기소하면서 이들과 공모한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그러나 제3자뇌물죄 혐의는 빠졌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재벌기업들이 청와대에 청탁한 정황을 밝혀내야만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된다면 이는 명백한 탄핵사유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사유로 뇌물수수를 명시적으로 적시한 바 있다. 물론 이는 뇌물죄 혐의를 탄핵소추안의 주된 사유로 삼을 것이냐와는 별개의 문제다. 검찰이 이를 입증해내지 못한 상황에서 주요 탄핵사유로 담아버리면 자칫 탄핵심판이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만 경도되어 지루한 공방으로 시간만 지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에는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헌법 위반 사유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는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 이로써 이 국정파탄의 주범이 누구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헌재에 대한 명령이다. 헌재의 본령은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지위를 남용했고, 성실한 국정수행의 의무를 게을리했으며, 헌법질서를 위협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내지도 못했다. 탄핵소추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위반 사실을 명명백백히 적시할 것이니 헌재는 그 본령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또한 내년 1월과 3월에 헌재소장과 재판관 1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문제로 탄핵절차에 차질이 생겨서도 안 된다. 권한대행 총리가 임명하고자 하는 후임이 야당의 뜻과 맞지 않을 경우 공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7명의 심판정족수는 유지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여당,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된 재판관들이 지금까지 보수적, 정부 편향적인 판결을 해 온 것도 가장 큰 우려 중의 하나지만, 이번 탄핵은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헌재에 부여한 사명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끝으로 국회에 대한 명령은 최적의 탄핵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결시키는 것이다. 가결정족수는 200명이지만,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 해도 정치권의 책임을 면피할 순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탄핵 표결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내거는 세력들이 있다. 아예 탄핵 대신 임기를 단축하는 내각제 개헌을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두 다음 정권을 잡을 가능성은 없으니 권력이나 분점하고 보자는 심산인 것이다. 국민적 공분의 화살이 청와대를 향한 사이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면죄부를 받는 것도 모자라 제2의 영화를 누릴 궁리를 하고 있다니 기어코 단죄를 자초할 모양이다. 그러나 탄핵에 있어서 국민들은 국회에 이것을 성공적으로 가결하는 것 외엔 어떤 선택권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어느 유명한 가수가 집회 때 광장에서 불렀던 애국가가 잔잔한 울림으로 회자하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청와대도 재벌도 검찰도 여당도 아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잠시 맡겼던 권력을 이미 거두어들였다. 경찰들이 청와대 진입을 막는다고 대통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다. 누구든 이를 두고 무언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꼼수를 부리고 있을 자들에게 전한다.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광장에 나가서 보시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역사적 물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결국 누구인지.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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