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만나는 시간여행, 김동수 가옥 이야기
전통과 만나는 시간여행, 김동수 가옥 이야기
  • 허민홍
  • 승인 2016.11.24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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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 김동수 가옥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6호로 꼽힌다. 전형적인 조선시대 상류층이 살던 가옥이라고 하는데, 독특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투박하고, 어느 면에서는 허름해 보인다. 문화재로 지정된 지 약 50년, 지어진 지는 200년이 훌쩍 넘은 이 가옥에 아직도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무슨 이유에설까. 200년을 거슬러 김동수 가옥을 찾았다.

이른 아침에 찾은 터라, 문 옆에 기거하는 하인을 깨웠다. 하인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 ‘이리 오너라!’하고 외쳤다. 주인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모양이었다. 집사 노릇을 하는 청지기 두 명이 두 갈래 길의 사이에 서서 나를 맞았다. 오른쪽은 사랑채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안채로 들어가는 길이다. 한 청지기가 주인이 들으라는 듯 크게, ‘전주에서 오신 허 참판이시라고요?’고 외쳤다. 사랑채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중문간채를 산책하던 여인들이 까치발을 들어 나를 확인한 후 다과준비로 분주해졌다.

주인과 많은 이야길 나누었다. 임금이 100칸 이상의 가옥설계를 금했던 터라 99칸으로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 풍수지리상 이 집터가 명당 중에 명당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지금이 살기 어려운 때’라고 속삭였다. 부잣집 양반이라고 해도 도적떼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거다. 그래서 그는 안채와 연결된 호지집을 지었고 덩치 좋은 하인이 기거하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안채에서 호지집으로 연결된 통로도 직접 보여주었다.

주인과 악수를 나눌 새도 없이, 그 통로로 걷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안채를 그윽이 바라보았다. 대청 사이로 드문드문 햇살이 비추었다.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전통가옥, 김동수 가옥은 전통이란 이름의 옛 삶의 방식을 다시금 엿보게 해준다. 금방이라도 200년의 세월을 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게 아닐까. 주말 간, 우리 고장 정읍 김동수 가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사계절 내내 은은한 향기로 전통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끝

허민홍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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