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래서왕 추수동장(寒來暑往 秋收冬藏)
한래서왕 추수동장(寒來暑往 秋收冬藏)
  • 송영준
  • 승인 2016.11.24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이 벌써 지났고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해서 점차 겨울 기운이 돈다는 소설 추위도 찾아왔다. 이제 대설 즈음이 되면 눈도 잦아질 것이고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져 겨울에 다다르게 된다는 동지가 되면 한겨울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으로 “여름이 더우면 겨울도 춥다.”라는 속담에 비춰볼 때 이번 여름이 기록적인 폭염을 보였기 때문에 올겨울은 매우 추울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미 기상청에서도 올겨울에 역대급 강추위가 몰려올 것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으니 어느 때보다 겨울나는 데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추위가 일찍 찾아드는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는 벌써 겨울나기의 첫 단계로 동절기 중요한 밑반찬인 김장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비록 그곳보다는 따뜻하다고 해도 전북지역도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지만,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어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연말을 맞게 될 것 같다.

살다 보면 각계각층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자천타천으로 인연을 맺게 되고 사람들은 그 인연이란 말에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기도 한다.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해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사기와 기만이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속인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오염시키지 말아야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고 5천겁의 인연을 쌓아야만 이웃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있음에도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없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을뿐더러 희망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해서 고소득층과의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져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래저래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에게는 더욱 추운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필자의 직장인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설립목적과 보유역량을 활용해서 ‘사랑의 집짓기 무료측량’과 재해지역 복구 지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 전달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역본부 차원에서도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는 ‘지혜의 반찬’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매월 배식봉사 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으며 꾸준히 지원규모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계절별로 이웃들이 필요한 물품도 나누고 있는데 익산지사에서는 무더운 여름나기에 지친 저소득층에 냉방기를 지원해 주었고 지금 본부에서는 겨울나기 필수품인 연탄배달 봉사를 예정하고 있다. 한겨울 추위에 떨 이웃에게 따뜻한 인연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서 필자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탄배달 봉사는 비록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한겨울 냉골만이라도 면하라고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과 교부금을 더해서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많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연탄 2천장 내외를 구입해서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있는 몇몇 가정을 추천받아 우리 직원들이 직접 배달해 주는데 직원 모두가 힘겨운 내색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더불어 사는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소망이 아닐까 실감하게 된다.

집무실 입구에는 해서체로 반듯하게 쓴 천자문 액자가 걸려 있는데 드나들 때마다 한 글자씩, 한 구절씩 익히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자주 눈길이 간다. 오늘따라 한래서왕 추수동장(寒來暑往 秋收冬藏)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글자 그대로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가니,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는 말로 자연의 질서와 순환에 대해 말한 것이고 사람이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잘 마무리 하라는 뜻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때가 돼도 거둘 것이 없어 삶이 버거운 이웃에게 작지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함께 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송영준 LX전북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