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 정치권의 개척자 정신이 필요하다
혼돈의 정국, 정치권의 개척자 정신이 필요하다
  • 최고은 기자
  • 승인 2016.1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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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 함성이 촛불로 타올랐다. 어둠을 밝히는 것이 촛불이라면 광장에 펼쳐진 촛불행렬은 현 시국이 나아지길 바라는 200만 도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연일 터지는 이슈로 지역민들은 그야말로 피곤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시작으로 트럼프 쇼크까지 ‘내우외환(內憂外患)’ 사태에 직면한 정국은 혼돈 그 자체이다.

 뒤숭숭한 나랏일 탓에 전북경제는 최악의 상황과 맞부딪혀 있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도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국가 경제 위기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자체에 돌아가면서 전북 또한 직간접적인 피해에서 예외일 수 없게 됐다.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문화예산의 무자비한 칼질은 그나마 한줄기 희망을 보고 꽃피어 온 전북 문화산업에 발목을 잡았다. 일단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된 문화·창조경제사업은 예산 칼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전북 지역거점형 문화창조벤처단지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부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처지다. 문화 관련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국기원 무주 이전 등 여러 현안에서 최순실 쇼크가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발 트럼프 쇼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체질이 허약한 전북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여, 끝 모를 암흑의 터널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FTA에 대해 ‘깨진 약속’,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하며 전면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이 현실화되면 수출의존도가 20% 안팎인 전북 경제는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되는 데, 전북의 주력업종인 식품 수출입 물량이 상당 부분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정국은 물론 전북은 미래가 예견되지 않은 현실에 놓여 있다.

 어디 이뿐이랴? 씨티그룹의 윌렘 뷰이터(Willem Buiter)박사가 분석한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세계 GRDP 0.7~0.8% 감소’를 전북에 적용하면 한해 지역총생산(GRDP)이 3천208억원 감소하고 고용도 2천944명이 격감할 것이란 분석도 나와 있다.

 한미 FTA 재협상과 무역 구제 강화 등 미국의 보호 무역 강화가 예상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산업, 석유화학산업, 철강산업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 전북은 GRDP 중 수출 비중이 15~20%, 대미수출 의존도 9.6%(2015년)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곧바로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기업의 유턴(U-turn)으로 인한 직접투자 감소, 전북 농업부문의 직간접 피해 등 전북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말 어려운 시점”이라며 “어려운 발걸음이 되겠지만, 혼란 속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혼란 정국 앞에 있는 정치권은 백만 촛불 민심을 대변할 목소리를 높이고 사상 초유의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도 “전북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내부 반성과 성찰을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도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성찰하고, 이를 위해 개척자의 심정으로 혼신을 쏟아야 할 때”라며 “과거 전북 정치권은 서울, 중앙의 눈치 보기에 급급, 지역정치를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을 통한 전북도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은 만큼 전북 정치권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부단한 노력과 개혁이 필요하다.

 지역경제를 이끄는 지자체들 역시 뼈를 깎아내는 고행이 요구된다. 단순히 이 사태를 국가 경제 위기의 한 축으로만 여기지 않고 전북 지자체들과 지역 경제기관들은 지독한 경제추위에 떨고 있는 도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도는 이미 전쟁터의 작전실에 버금가는 ‘전북경제 위기 대응반’을 만들어 주변의 관심을 끈다. 김남규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역 정치는 촛불 이후에 우리 지역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내부 반성과 성찰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은 원래 그래야 했던 것이었던 만큼 그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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