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짙어지고 “인물보다 정책 보겠다”
진보성향 짙어지고 “인물보다 정책 보겠다”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11.21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 전북지역 오피니언 리더 88명 여론조사

 정국이 혼란스럽다.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조사 발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등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돈과 혼미의 정국을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전북도민일보는 창간 28주년을 앞두고 지난 11월 1일부터 8일까지 각계에서 전북을 끌어가는 여론 주도층 88명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 대선 후보 선택 기준, 차기 지방선거와 관련해 원칙적인 질문을 던졌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등장해 정국이 시끄러웠던 시점이다. 설문조사 대상은 지방의원 25명과 공직자·대학교수 20명, 경제·사회단체 고위직 23명, 문화계 인사 20명 등 총 88명이었다.

■ 3명 중 2명이 “나는 진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질문(85명 응답)에는 ‘진보’와 ‘중도 진보’라고 답변한 비율이 각각 12.9%와 51.8%였다. 전북의 오피니언 리더 64.7%가 자신은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 셈이다. 보수라고 말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고, 중도 보수라는 의견만 9.4%로 집계됐다. ‘중도’는 24.7%로, 응답자 4명 중 1명꼴이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치인들의 중도 성향이다. 지방의원 25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진보 52.0%(13명)에 중도 36.0%(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주도자 전체 평균과 비교할 경우 진보 비율보다 12.7%포인트나 떨어진 대신 중도 비율은 10% 포인트가량 높아, 정치인은 스스로 중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문화계 인사는 진보 성향이 짙게 나타났다. 응답자 20명 중에서 무려 15명이 진보(7명)이거나 중도 진보(8명)라고 말해, 그 비율이 75.0%를 달렸다. 다양한 업종 중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진보 비율은 본보가 지난 2014년 12월에 여론 주도층 6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2년 전 당시(45.5%)보다 19.2%포인트나 껑충 뛴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파문으로 대통령 2선 퇴진과 거국중립내각 주장 등 정국이 어지러운 형국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일반인들의 진보적 성향이 짙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선후보? 정책 보겠다”

내년 대선과 내후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답변이 나왔다. 우선 내년 12월 20일에 있을 19대 대선과 관련, 지역발전을 위한 후보 선택 기준으로 무엇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최순실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한 만큼 여론 주도층의 내면적인 후보선택 준거를 찾기 위한 시도로, 응답자 87명 중 절반을 약간 웃도는 51.7%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을 보겠다고 답했다.

정국이 어떻게 바뀌고, 이에 따라 여야 대선주자들도 어떤 변화를 겪을지 모르는 만큼 정책과 공약이란 원칙적인 답변이 많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책 외에 인물을 보겠다는 응답은 37.9%였으며, 정당을 보고 찍겠다는 답변도 10.4%로 집계됐다. 25명의 정치인 대답만 별도로 분리하면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찍겠다는 답변이 60.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 단체장 평가와 교체 가능성

14개 시·군의 현직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후한 점수가 나왔다. 88명의 응답자 중에서 61.4%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에 체크했고, 6.8%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상찬했다. 현직 단체장 업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68.2%에 육박한 셈이다. 하지만 “대체로 잘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22.7%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여기다 “매우 못하고 있다”는 극히 부정적인 평가(2.3%)까지 합친다면, 정확히 응답자 4명 중 1명이 현직 단체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현직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선 더욱 부정적인 시각이 표출됐다. 응답자의 무려 73.9%가 “일부 교체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나머지 중에서 19.3%는 “대폭 교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초단체장 등의 차기 교체 폭이 90% 이상 되는 셈이다. 거의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2.3%에 불과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독주의 과거와 달리 차기 지방선거는 국민의당과 민주당 등 다당 구조로 갈 공산이 있어 지방정치의 변화 폭이 넓어질 것이란 예측이 담긴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직 기초단체장이 관심을 가여야 할 행정 분야로는 일자리 창출(36.8%), 주민소득 증대(28.7%), 주민복지(19.5%), 교육환경 개선(8.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 “3당 협치? 아직은 글쎄….”

전북은 지난 4월 20대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 등 지역정치가 3당 체제로 변했다. 이번 설문에서 “7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전북의 3당 체제 협치와 소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매우 잘하고 있다”는 극찬의 의견 5.8%를 포함해 “대체로 잘하고 있다(47.7%)”는 견해까지 더하면 총 53.5%에 달했다. 전북 여론 주도층의 절반 이상이 3당이란 초행길을 걸어가는 전북 정치권에 대해 긍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체로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22.7%였고, “아주 잘 못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표출한 사람도 2.3%인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 4명 중 1명가량은 3당 협치가 말의 성찬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를 찍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초행길인 만큼 협치와 협력이 서투른 데다, 국민의당과 더민주 양당 간의 보이지 않는 지방정치의 갈등구조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박기홍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