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서 미래를 찾는다
개발도상국에서 미래를 찾는다
  • 김종일
  • 승인 2016.11.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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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도내 지역구 소속 정운천 국회의원이 “10만 청년을 오지로 보내자”는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을 모은 바 있다. ‘오지’라는 단어의 의미와 적정성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우리 청년들의 희망과 미래를 ‘오지’ 즉,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이하 개도국)에서 찾아보자는 그의 발언 취지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도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정의원의 참신한 주장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할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개도국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한 자구적 노력이 일차 요인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투자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벌써 개도국에서 그들의 미래를 찾아 나섰다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진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 개도국 진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들이 선진국들에게는 이미 과거의 것들이기 쉬울 것이고, 그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개도국들을 택한 것은 어쩌면 단연한 귀결이다. 잠시 우리의 상황을 둘러보자. 빈약한 자원을 우수한 두뇌로 극복하며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루어왔지만,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적 자원의 감소와 내수 시장의 부진은 분명히 성장 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복지 수요는 직접 투자 비용의 감소로 인한 성장 잠재력 둔화로 나타나기 쉽다. 국내와 해외 기관 모두 우리의 장기적 경제 성장 전망치를 연이어 내려 잡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형 박스권 경제를 닮아간다는 말이다. 즉, 일정한 박스권 안에서 종목별 주기적 등락만을 보여주는 증시처럼 범지구촌으로 고착화되어 가는 선진국형 저성장의 궤도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특별한 성장 모멘텀이 없다면 박스권의 하향 안정화 이외에 별반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형 고질병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미 가지는 첨단과학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우수한 노동력의 확보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그 해법이 개도국에 있다는 상식에 기초한 선진국들의 경쟁적 투자가 오늘날 개도국들의 눈부신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과거 선진국들의 접근이 침략과 약탈이었던 반면에 최근의 핵심은 동반성장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공적원조사업을 통해 도로, 철도, 항만, 교육, 통신 등 대부분 분야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개도국을 성장시켜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들이 성장할수록 인적 자산과 시장은 커지기 마련이다. 쉽게 말하면, 키워 먹자는 전략 바로 그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이 따른다.

개도국 진출이 경제성장을 위한 방향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과거 낮은 인건비를 찾아 나선 국내 기업들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이 아니었듯, 특히나 우리 청년들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개도국에서 매력적인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창업이 주된 접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앞선 과학기술과 자본력 그리고 이미 성공이 확인된 비즈니스 모델과 선진 금융 기법 등을 자산으로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이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각종 법률과 제도 그리고 인프라 부족 등을 들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현지의 관료주의 풍토에 대한 이해와 적응 능력 부족을 꼽을 수 있겠다. 동남아 여러 개도국들에서의 경험을 보면,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는 관료적 규제와 간섭이 상당하다. 대규모 투자라면 중앙 또는 지방 정부와의 명문화된 협정을 토대로 투자와 이익 환수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개인이나 소자본 투자라면 이익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의 ‘한류’ 열풍이 개도국에 대한 접근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선호도는 일본, 중국, 인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

필자는 풍토성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개도국 명문 선도대학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자식 사랑’을 우리의 해결책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개도국의 교육열과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전쟁은 결코 우리 못 지 않다. 또한 개도국 명문대 교수진들과 학생들의 역량은 국내 유수 대학에 뒤지지 않는다. 단지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오래된 독재 또는 관료주의 습성이 뿌리박혀 있는 탓에 사회적 계급의 세습화가 상당 부분 이미 진행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보다 훨씬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개도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그들의 2세들은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다고 보면 맞다. 따라서 개도국 명문대학과 함께 힘을 모아 가는 것이 동반성장의 성공 가능성을 가장 쉽게 보장받는 길로 보인다. ‘10만 청년을 개도국으로 보내자’는 발언의 실천과 성공의 중심에 국내 그리고 개도국의 대학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국내 대학들은 개도국 명문 선도대학들과의 건설적 네트워크 구축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현지 대학에 양국 공동 창업지원단을 구성하여 양국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공동 창업을 위한 각종 지원 활동을 계획 또는 부분적 실행 중이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겠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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