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통합으로 상생의 세계를예
조화와 통합으로 상생의 세계를예
  • 김동수
  • 승인 2016.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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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18. 김계식(金啓植:1939-)

 전북 정읍 출생으로 서울문리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도내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교장을 거쳐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함. 한국창조문학 등단(2002)이래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외 15권을 상재하고 전북 pen문학상(2012)·전북문학상 (2014)을 수상했다.

학의 목이
길어짐은
그리움을 기다린
긴긴 기다림 때문이다

학의 목이
길어짐은
삼킨 슬픔을
토해내지 않기 위함이다

학은 오늘도
슬픔과 버물어 삼켜버린
그리움을 찾으려고
제 자신을 통째로 삼키며
긴 목의 터널을
타고 내린다.

- <학의 목이 길어짐은> 전문

화자는 그리움으로 길어진 학의 긴 목에서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집념을 읽어내는가 하면, 또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오랜 세월 안으로 안으로만 참고 견디어 내는 인종의 미덕을 노래한다. 이는 ‘슬픔’을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한국적 정서의 원형으로서 ‘학의 목이 길어짐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또 하나의 미래지향적 명제를 낳게 된다.

나, 그저
촉촉이 젖은 대지

그대, 까만
씨로 내 품 파고 들어

싹 틔우고
꽃 피워

향기 가득 채웠으니

내가 그대 것입니까
그대가 내 것입니까.

-<어울림> 전문

‘나’와 ‘그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 그러면서도 그것을 우주론적 생성원리로 풀어가고 있다. ‘씨앗’이 ‘대지’에 내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향기’가 되듯,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는 이처럼 ‘어울림’이라는 상생미학이 내재되어 있음을 통찰하고 있다. ‘인’은 씨앗이요 ‘연’은 씨앗을 뿌리는 밭과 날씨와 기후이며 ‘업’은 그것을 잘 가꾸는 행위이다. 이렇게 ‘인’과 ‘연’과 ‘업(業)’이 서로 어울려 하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불교적 인연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바람
너는 좋겠다.

어제와 오늘 아랑 곳 없이
늘 오늘 위에 올라 앉아
무게를 견주지 않아도 되는 바람

가고 멈춤에 매이지 않아
만나고 싶은 곳 찾아들어도
아무도 볼 수 없는

너는 좋겠다/-중략-

나 그저
한 자락 바람이고 싶다.

- <바람이고 싶다> 일부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청풍명월 산수자연 속에 묻혀 ‘한 줄기 바람’으로 자유스럽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자연지향적 무욕의 세계, 그것은 시인이 꿈꾸는 또 하나의 탈속과 은일의 노장 세계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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