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성 연안개발 중심 옌청시, 그 현장을 가다
장쑤성 연안개발 중심 옌청시, 그 현장을 가다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6.11.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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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은 날아가는 데, 다른 쪽은 설설 기는 것 아닌가?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연안개발 현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한국 서해안의 새만금 개발과 비교해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북도민일보가 지령 8천호 특집 기획을 위해 지난 10월 28일 장쑤성 옌청(鹽城) 산단을 현장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입이 쩍 벌어지는 장쑤성 연안의 개발 현장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과연 새만금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도약의 장쑤성 연안: “중한염성산업원, 당신을 환영합니다.” 지난 10월 28일 오전 11시. 갑자기 한글로 쓴 대형 환영 간판이 보였다. 장쑤성의 내륙 쪽인 남경시에서 빗길에 승용차로 동부 해안을 향해 달린 지 4시간. 드넓은 들판이 사라지더니 각종 건물과 공장을 짓는 새로운 도시 하나가 불쑥 다가왔다. “아, 이곳이 옌청시인가….” 50여년 전만 해도 소금으로 먹고 살았던 시골이었던 땅,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들어 주민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갔던 버림받았던 지역, 그곳의 첫 인상은 이렇게 ‘상전벽해의 연안개발’로 뇌리에 박혔다.

도심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옌청시의 종합경제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의 같은 지급시(地級市) 중에서 15위를 기록했습니다. 수많은 시 단위 지역 중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갔지요. 2100여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소금의 도시라 해서 해염문화의 발상지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첨단기술 기업을 보유한 개방 도시에 우뚝 서고 있지요.”

옌청시 외사판공실의 유광구(劉光球) 주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옌청시의 주요 경제지표 21개 중에서 11개의 증가 속도가 장쑤성 내 1위를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니 옌청시의 GDP 증가율도 고공행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상반기 중에만 전년 동기대비 9.5%를 기록,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장쑤성의 해안선 총 길이는 1천40km에 육박한다. 이 중에서 옌청시가 차지하는 해안선 길이는 582km로, 장쑤성 전체의 무려 56%를 차지한다. 그야 말로, 장쑤성 연안개발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인구 828만명을 껴안은 옌청시는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의 하나로,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내 투자환경이 가장 좋은 100대 도시에 포함될 정도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투자 환경을 강화해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 기업들이 몰려든다: 옌청시내에서는 기아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1분에 한 대 가량 목격할 정도로 많았다. 옌청시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공장이 3개가 가동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연산 90만대나 생산된다”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좋고 지역민들도 선호해 기아차가 엄청 팔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옌청시의 공무용 차량도 100% 기아차 간판을 달고 있단다.

잘 정돈된 기아 제2공장 입구로 들어가자 기아차 홍보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홍보관을 지나 공장 안쪽으로 진입하자 거대한 공장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쑤성 염성시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이 공장은 기아차의 글로벌 생산시설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최첨단 로봇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장쑤성 내 선진지역이라 할 만 하다”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옌청시의 친(親)기업 정책이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달려가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옌청시에 새로 투자한 한국 기업 수는 50개로, 전년대비 2배 성장했다. 이런 놀라운 증가율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9월말 현재 옌청시에 새로 투자한 한국 기업은 24개로, 합의등록한 자본금만 9천8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옌청시는 강조했다. 장쑤성 연해 중부 허브도시인 옌청시는 국가지속가능 발전 시범도시와 국가 혁신형 시험도시로 승격했다. 중국 내 투자환경이 가장 좋은 100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점도 한국 기업을 부르는 근원이다.

■ 새만금과 너무 대조적: 옌청시는 올해 5월 전북도와 중국 장쑤성이 산업단지 교류협력을 선언하며 지역민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중국 장쑤성 스타이펑(石泰峰) 성장은 지난 5월 초 전주시 르윈호텔에서 전북의 새만금과 장쑤성의 옌청시 등을 연결하는 이른바 ‘1+2 산단 우호협력’에 서명했다. ‘양 도(道)·성(省) 간 우호교류 관계 강화를 위한 협의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송 지사와 스타이펑 성장은 “새만금 한중산단과 중한(옌청) 산단, 중한(우시) 과학기술 금융서비스 협력구간 협력을 적극 추진해 양 도·성간 상호발전을 도모한다”는 경협 강화 방안에 뜻을 같이했다. 스타이펑 성장은 “한국의 새만금에 중국 장쑤성의 옌청(鹽城)과 우시(無錫)가 협력을 통해 상호 기업 협력을 추진한다면 좋을 것”이라며 “장쑤성에는 137개의 대학이 있는 만큼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하고 다른 분야의 협력도 확대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전북에서는 1+2 산단 협력 시대가 가시화되면 전북은 경제 활성화와 금융 허브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새만금엔 아직도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 글로벌 우량 기업들도 산업단지가 꽉 들어서는 옌청시와 비교하면 전북의 새만금은 한수가 아닌 몇수 아래에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종합화학그룹 솔베이(CEO 장 피에르 클라마듀)가 이달 초 고분산 실리카 생산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완공하고 준공식을 가졌지만 새만금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한쪽이 날아가는 데 다른 쪽이 기어간다면 승부는 불문가지다. 장쑤성 옌청시 현지를 둘러보면서 한시도 뇌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은 “중국 동부의 연안개발에 발맞춰 한국 서해안의 새만금이 동반 융성하려면 정부 차원의 초강력 국내외 자본 유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중국 장쑤성 옌청시=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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