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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폭행 방지법! 아직 갈 길이 멀다
최두영 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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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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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현 시국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안정성이 떨어진 탓인지 대인 관계를 비롯한 각종 인과 관계들에서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의료기관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 같다. 불과 며칠 전 본원 응급실 의사에게 폭언한 내용이 접수되었다. 문득 지난 8월 23일 경북 고령에서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의사와, 31일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자신을 치료해 주던 치과 의사를 흉기로 수차례 치른 사례들이 떠올라 심히 염려스럽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국회를 통과 한지 불과 삼개월여만에 빚어진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대외 환경들이 불안하면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자괴감과 좌절감들을 심하게 느낄 환경들에 둘러싸이게 된다면 작은 일에도 우울감에 빠지게 되거나 심하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환자를 검사하고,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거의 무방비상태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을 막기 위하여 지난 5월 19일 ‘의료인폭행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의료기관내에서 의사·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에게 자행되는 폭행, 협박, 폭언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가중처벌하자는 내용을 담은 ‘의료인폭행방지법’ 개정안은 2013년 발의되었으나 각종 반대 여론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2015년 의료인에 의한 환자 폭행도 범법이지만 환자나 외부인에 의한 의료인들의 폭언·폭행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용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여러 갈등 상황에 발목을 잡혀 있다가 지난 5월 19일에서야 국회 본 회의를 통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법의 핵심 요지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의료인’에서 의료 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로 확대한 것이다.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등 기물 파괴 손상, 의료기관 점거 행위 등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정해 환자, 보호자, 고객들로부터 폭행, 폭언 등의 위협을 받는 의료인들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내용이 골자로 되어 있다.

또한 진료실 내부는 물론 진료실 밖에서도 의료 행위가 시행되는 공간이라는 전제하에 의료기관내 장소 구분없이 처벌하게 된다.

의료인폭행방지법의 핵심은 안전한 진료 환경의 보장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이나 의료 행위 장소는 조금 격하게 표현한다면 불가침의 영역처럼 보호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불안하거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본원에서도 지난 1일과 10월 29일 병동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리고 8월에는 환자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행한 폭언과 난폭 행위로 인근 지구대에 연행되는가 하면, 7월에도 만취해 들어온 환자가 의사에게 폭언, 폭행 등 이외에도 자그마한 폭언 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법률 공포 이전도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이 모두가 의료인 폭행방지법 시행 이후의 일이다.

의료기관내에서 환자 안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의료인들 안전 역시 중요하다. 폭언, 폭행, 난동 행위가 벌어진다면 여러 환자 대한 각종 진료 행위가 늦어지고 심하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법자는 법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지만 의료인들이 시달리는 동안 발생한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고 주위의 모든 관계자들이 폭언, 폭행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현실에서 의료기관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진이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매뉴얼 등을 만들어 주지시키고 폭언, 폭행 등의 원인을 잘 파악해 무시 또는 흥분과 자극적인 행동 등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도록 꾸준한 교육을 실시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 같다.

또한 병원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해 적극적인 법적 대처를 망설이면 소속 의료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실망감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근무 중 병원이 보호해 준다는 안정감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안 자체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예방이기 때문에 의료기관내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게시하고 알려 폭언, 폭행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활동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법 자체마저 잘 알지 못하는 국민들의 준법정신 고취와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내에서 의료인에게 폭언, 폭행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 즉시 출동 및 체포와 같은 특단의 대책도 실시할 것을 촉구해 본다.

강력한 법적 장치가 강화되었으나 아직도 의료기관내 의료인들에 대한 환자, 보호자 고객들의 폭언, 폭행 행위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폭언, 폭행 심지어 피습을 당한 의료인들은 정신적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의료인과 환자, 보호자, 고객들의 관계는 신뢰 속에 이뤄져야 하고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인들에 대한 폭언, 폭행 등은 법적 규제 이전에 발생하지 않아야 할 중대 범죄이다. 의료인폭행방지법!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두영<원광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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