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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대통령, 황홀한 국민
조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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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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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여론은 싸늘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회적 판단과 국민적 선고는 대통령 탄핵이다. 민심은 물러나라는 요구인데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참혹하다.


참혹한 지지율

대국민 담화 당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년간 콘크리트 지지율을 밑천삼아 정국을 주도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조사됐다. 만약에 독도는 우리 땅인가, 일본 땅인가 여론조사를 하면 일본 땅이라고 답하는 불량 국적자도 5%는 나온다. 호남의 지지율은 0%라고 했다. 아마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기록적인 수치다. 참혹한 결과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년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묵인하고 비호하며 방조해 온 공범이다. 그럼에도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최순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일탈로 몰아가려하고 있다.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까지 든다’는 대통령의 하소연은 ‘이러려고 국민했나 자괴감까지 든다’는 성난 민심의 아우성으로 역풍을 맞았다. 참혹한 대통령이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함성과 촛불의 행진이 온 나라에 물결치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아팠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펜 대신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까지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회한에 마음이 무거웠다.

전북의 김제 중학생들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용기를 냈다.

중학생들이 집회신고까지 마치고 ‘진실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견스러워 가슴이 뿌듯했다.

어쩌면 사상 초유의 중학생 집회신고를 받았을 김제경찰서의 당혹감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집회신고를 저어하게 여기지 않고 법이 정한대로 처리한 김제경찰의 노고에 감사했다.

김제 중학생들의 작은 몸짓이 시민들을 깨우고 다른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용기를 주었으리라 짐작된다.

익산 원광고등학생들도 최순실 국정개입을 비판하는 대자보로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 이 역시 전국 최초의 고등학생들의 시국 비판이었던 것 같다.

원광고 대자보는 “우리도 명문대 들어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평범하셔서 비싼 말은 못 사주신대. 누난 부자 부모님 잘 둔 그 능력으로 학교 교칙도 바꾸고 들어간 거 대단해”라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대학 입학 과정 등에서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려온 의혹을 비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그 책임자인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전국 각지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 한 축에는 우리의 미래 세대인 중고등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북의 중고등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전국에 메아리가 되었으니 무척 자랑스럽다.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주인

중고등학생들의 좌절과 분노는 입시지옥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보장되리라던 믿음이 깨진 탓이리라. 실제 집회현장에서 만난 많은 중고등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씨의 구상유취한 언사에 화가 나있었다. 즉, 공평한 기회는 사라지고 가진 자와 쥔 자들의 특권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에 분노하는 것이다.

촛불은 자신을 태워 밤을 밝힌다.

권력자와 그 무리들은 독재의 짙은 어둠을 드리웠으나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기성세대는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촛불을 들고, 미래 세대는 우리가 살아갈 이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촛불을 든다.

아무리 깊은 밤이라도 새벽은 오리라는 믿음 하나로 촛불을 밝히는 민주공화국의 주인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황홀한 국민들이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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