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가 성자 아니겠는가?
백남기가 성자 아니겠는가?
  • 백시근
  • 승인 2016.11.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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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농민이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317일 동안 혼수상태로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사망한 지, 41일 만에, 민주사회장으로 장례식이 치러지고 광주 망월동 5.18 국립민주묘지에 안장되었다. 그는 1947년 출생자로서 중앙대 행정학과에서 수학하였다. 재학시절에는 법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였고, 71년도 위수령 시엔 시위 혐의로 학교에서 제적당하기도 했으며,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왕처럼 군림하며 종신독재를 꿈꾸자, 유신철폐 시위를 주도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74년도와 75년도에는 수배를 당해 명동성당으로 몸을 피신한 적도 있다. 75년도에 전국대학생연맹에 가입하자마자 학교에서 2차 제적을 당했으며, 80년 복학이 허용되자, 서울의 봄 전두환 노태우 치하에서, 의혈중앙 4000인 한강도하를 주도하여, 중앙대 학생들이 흑석동 캠퍼스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하며, 유신잔당 전두환 노태우의 퇴진을 촉구하도록 도왔다. 이 결과 80년 5월 17일 기숙사에서 계엄군에 체포되었고, 7월 30일 중앙대에서 완전히 퇴학처분 당했으며, 8월 20일엔 수도군단 보통군법회의에서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35세 때인 1981년도에, 그는 세상을 바꾸려는 서울에서의 사회운동을 정리하고 전남 보성 고향 시골마을로 귀향했다. 당시 대다수의 농민들이 농촌을 등지고 모두 다 대도시로 떠나갈 때, 70년대의 대학교 졸업자인 그는, 도리어 고향 시골마을로 귀농하여,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가톨릭농민회를 이끌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 광주전남본부 창립을 주도하고,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농민과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했다. 그는 생명과 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방에서의 집회, 서울에서의 집회가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참여하고 주도하였다.

그가 사망한 2015년 민중총궐기 서울집회는, 그에게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한 장이었다. 20c, 21c에 한국사회에서 학생운동과 농민운동이란 무엇인가? 특히 화려하고 찬란하게 발달한 현대 도시문명 사회에서 농민?농촌?농업을 살리기 위한 사회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농민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농촌은 도시와 비교하여 가장 천대받는 곳이며, 농업은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고 무시당하고 홀대받는 직업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보수정권 37년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에서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오던 농촌마을공동체도 완전히 붕괴되어, 늙은 노인들만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거주하는 폐허가 되었다. 권력과 돈에 대한 욕망을 쫓아가는 대다수 보통사람들과 달리, 백남기는 이 가장 낮은 곳에서, 불모의 폐허 위에서, 가장 천대받는 위치에 있는 농민과, 가장 학대받는 농촌과, 가장 홀대받는 농업을 위해서 평생을 희생하고 헌신하였다. 농민의 사회적 지위를 국민들과 평등하게 만들고, 농촌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농업의 수익을 높여 농민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코자 하였다. 나아가 생명과 평화의 농사가 기후환경 위기에 빠진 지구별을 살리는 길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이를 실현코자 헌신하였다.

백남기는 70년대에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지식인이다. 권력을 획득하려면 얼마든지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고, 돈을 벌려면 얼마든지 기업도 경영할 수 있었고, 대학교수가 될 수도 있었고, 판검사 변호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자본주의 물질문명주의 사회에서의 성공과 출세를 모두 버리고, 평등주의 생태주의 진영에서 농민과 농촌과 농업과 노동자 시민을 위해서 보수주의 기득권 지배계급에 대항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말 그대로 그는 정의로운 사회, 인간의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다 바쳤다. 조직도, 책도, 말도 남기지 않고 거룩하고 숭고하게 작은 사람으로 투쟁하다가, 집회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것이 성자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북녹색당(준) 사무처장 배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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