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향연, 가을밤 시로 물들다-시낭송축제
감성의 향연, 가을밤 시로 물들다-시낭송축제
  • 임희종
  • 승인 2016.11.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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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 100주년기념관 1층 백년홀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이에 어울리는 자작시 낭송, 학생들이 만든 ucc 영상이 한창이다. 반별로 예선을 거쳐 최종 1팀씩 출품된 시낭송축제, 자기 반 대표들이 나가 시낭송을 하거나 시극을 펼칠 때면 뜨거운 환호와 갈채로 하나가 된다.

시낭송축제, 벌써 올해가 아홉 번째이다. 시를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시의 아름다움과 쉽게 시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다. 그러나 점차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더 창의적으로 시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었고, 기성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것을 넘어 창작시, 페러디 시, 시극, 시 노래, ucc 영상, 랩까지 다양하게 출품하여 친구들에게 선사하였다.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의 낭송시를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평소 근엄하기만 하던 교장선생님의 애송시, 중국 베트남 등 외국인의 자국 애송시 낭송은 시세계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누구나 시를 가깝게 여기며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7년 시낭송축제 첫해 한 학생의 「별 헤는 밤」 페러디 시는 평소 그 학생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시였다. ‘저녁이 끝나가는 학교에는 야자 튈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야자 튀는 밤」은 학생들의 환호와 갈채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시낭송축제가 되면 교사와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님도 참여하여 당신의 애송시를 들려주기도 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의 주체들이 한 곳에 모여 ‘시’를 감상하고 나누며 소통과 교감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올해 시낭송축제는 ‘윤동주 시 읽기의 밤’으로 정하고,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에 나오는 작품을 중심으로 한 작가의 시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하게 하였다. 당연히 윤동주 시 낭송, ucc, 시적화자 연기, 랩, 페러디 시, 자작시, 연주와 노래 등 다양한 해석과 창작이 이루어졌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쉽게 쓰여진 시」) 구절을 일제의 군대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과 좌절을 연결하고, 할머니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 꿈의 부활과 희망을 노래하여 감동을 주었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간판 없는 거리」를 페러디한 「정 없는 교실」은 학생들끼리의 무관심과 부패방지법 시행으로 인해 교실에서까지 작은 인정이 사라진 현실을 문제 삼고 있다. 「별 헤는 밤」을 랩으로 부르면서 이미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추모한 시편은 학생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연주였다.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는 중 드라마 ‘각시탈’에서처럼 각시탈이 구출작전을 펼쳐 동주를 구해내는 장면을 연출하여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감성지수(EQ)를 키워주고 창의성을 길러주어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즉 새로운 상황을 연결 짓는 ‘통섭’, 발상의 전환 등이 가능하게 하는 감성능력과 사회성 지수를 높여주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혁되는 시대는 지적 체계만으로는 대응 불가능하다. 다양한 감성을 키워내는 일, 시를 낭송하고 쓰고 다양한 장르와 기법으로 변환하여 자신을 표현해보는 시낭송축제야말로 우리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멋지게 살 수 있는 감성적인 인물, 창의적 인물로 성장하게 하는 바탕이지 않을까?

임 희 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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