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노인 복지정책과 보금자리
타이완 노인 복지정책과 보금자리
  • 설정욱 기자
  • 승인 2016.11.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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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고령화 사회④

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외로움이다. 가족과 이별하고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노인요양병원’과 타이완 ‘노인요양센터(Elderly center)’는 이 같은 노인들을 돌봐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완 노인요양센터 모범 사례로 꼽히는 하오란 경로원을 찾아 운영 시스템을 살펴보고 위생복리부를 방문해 후이 지안 치엔(Hui Jiuan Chien) 사회가정서장을 포함한 각 부서 담당자들로부터 홀몸 노인을 포함한 노인 복지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 하오란 경로원

 

직계 가족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하오란 경로원은 이 같은 상황에 놓인 노인들을 돌보기 위한 공간이다. 양로원과 같이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불편한 몸도 치료할 수 있는 요양병원 기능을 합친 복지시설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지난 1984년에 설립됐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65세 이상 저소득층이며 타이페이 시민만이 가능하다. 자녀나 자기 명의의 주택이 없고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들로 구성된 이곳은 최대 수용인원 400명 중 현재 346명이 생활하고 있다. 최고령자는 107세, 평균 나이는 81세이며 대부분 7~8년 동안 이곳에서 지낸다.

경로원에선 치매 예방 게임과 건강 체조, 그림 그리기, 노래 교실, 도예 교실 등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1인당 용돈으로 4000 타이완달러(약 16만 원), 의류 구입비로 500 타이완달러(약 2만 원)도 지급한다.

여기에 어르신들을 위한 생일파티도 2주에 1번씩 열린다. 그러나 이곳 역시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발견된다. 혜택 받기를 원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현재 줄을 선 대기자만 30~40명에 달하고 있지만, 시설 측은 최대 수용인원에 못 미치는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노인들을 돌봐줄 직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오란 경로원은 간호사 147명이 24시간 대기한다. 매월 3차례 의사 1명이 방문하고 긴급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치료를 한 후 타이베이 시립연합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다른 대형 병원과 달리 이곳 사회복지사들은 고된 업무에 수입도 적어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오란 경로원에서 근무하는 차이민후안(35·여) 씨는 “이곳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의·식·주, 오락, 교육 등을 해결해주고 있으며 사망하면 장례까지 치러주는 인생의 마지막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열악한 환경에 직원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 부분만 개선되면 좀 더 나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위생복리부의 노인 정책

 

사회복지와 시민들의 건강관리를 도맡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타이완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위생복리부라는 기관에서 맡고 있다. 위생복리부 후이 지안 치엔(Hui Jiuan Chien) 사회가정서장을 비롯한 각 부서 담당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알아본 타이완의 노인 복지 정책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안정, 두 번째는 신체적인 보호, 세 번째는 생활 속의 보호다. 노인 학대 등 사회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노인들의 교육 문제도 담당하고 있다. 후이 지안 치엔 서장은 “노인들은 건강상의 문제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도 해야 한다. 타이완은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완 정부는 노인의 경제적인 보호를 위해 노인을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현재 노인 연금에 대해서 타이완 정부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정책이 생겼다.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 건강문제, 일자리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르신들의 건강보호다. 타이완은 지역마다 보호체계가 있다. 건강보호 정책이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또 마지막에 어르신들이 일생을 끝나고 돌아가실 때, 노인들의 암 문제 등 여러 가지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노인들이 미리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타이완의 65세 이상의 비율은 12.9%(303만)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는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60년대에 92%였던 부양률이 2013년 기준 34.9%까지 떨어졌다. 노인들이 방치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타이완의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노인들의 고독사다. 타이완 정부에서도 홀로 남겨진 노인들을 장기적으로 감시하고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후이 지안 치엔 서장은 “고독(독거) 노인들을 위해서 독거 노인의 현황을 파악하고, 사회 서비스 요원들이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제도가 시행 중이다. 독거 노인들이 부근 경찰서나 소방서를 통해 필요한 것을 정부에 연락,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완=설정욱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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