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안전, 현장과 데스크 사이의 온도차
노인안전, 현장과 데스크 사이의 온도차
  • 김봉춘
  • 승인 2016.11.0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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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면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고도의 성장을 해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당당히 진입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어르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서 나타난 핵가족화 현상으로 어르신들은 외롭고 고령화에 따른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안전에 취약한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UN에서는 노인을 지칭하는 기준은 65세 이상으로 노인이 전체 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1%가 넘으면 초고령화사회라고 정의한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노인의 비율이 13.1%로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라면 10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8%)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2050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고창의 경우 2004년 65세 노인인구 20%를 넘는 초고령화시대에 돌입한 뒤, 2016년 현재에는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일상생활에서 노인들의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 환경 변화를 감안해 정부에서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2020년까지 노인 10만 명당 사망자 수 20% 감소하고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인보호구역 지정, 저소득 고령자에 대한 주택개조 비용 지원, 폭염?한파 등 계절별 독거노인 보호대책 등 노인안전에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1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4개월동안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고창소방서에서는 화재발생시 자력대피가 불가능하고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우려가 있는 취약한 노유자시설 그 중 노인관련시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 노인관련시설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요양병원에 대한 안전점검·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노인 복지시설의 피난시설 설치 기준과 화재 대비 안전 점검에 주안점을 두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국민안전처에서 근무하던 2014년 5월 28일 장성요양병원 화재를 겪었다. 치매환자가 일으킨 방화사건 이후, 요양병원들의 화재로 인한 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우선책으로 소방법을 개정, 신규로 설치되는 요양병원은 면적에 관계없이 소방시설(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가 의무화 되었고, 기존 운영중인 요양병원도 유예기간을 주어 2018년 6월 30일까지 설치를 완료해야 하는 것으로 강화되었다. 그러나 고창소방서장으로 부임한 2016년 7월, 데스크와 달리 신속히 움직여야 할 요양병원의 입장은 싸늘하여 현장과 데스크 사이의 온도차를 느끼게 했다.

첫째,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하는데 요양병원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고

둘째, 소방시설 설치에 2~3개월이 소요되면서 병실내 소방시설 설치로 인한 환자의 타병실로 수용하는 문제 등을 거론하면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필자는 현장과 데스크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노인들은 빠른 초동대처를 실행할 수가 없고, 그렇기에 노인들이 주체적으로 소화활동을 실시하거나 자력 피난을 실행하기는 사실상 무리다.

최우선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르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고 하루라도 빨리 소방시설, 특히 스프링클러를 설치함으로 화재에 대비하는 것이다. 노인의 행복한 삶은‘안전’이라는 선행된 조건에서 시작됨을 가슴속에 새겨보며, 소방관서-노인관련시설 관계자는 관심을 갖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대응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당장의 편리함과 이익보다는 안전수칙 준수와 화재예방에 총력을 다해 어르신에게 빨간불이 아닌 초록불이라는 안전을 선물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고창소방서장 김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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