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 김관영
  • 승인 2016.11.0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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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바타 대통령과 바지대통령에 대한 민낯도 문제지만 개발독재시대의 추악한 정경유착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허탈감이 느껴졌다. 이 정도일지는 몰랐는데…. 대통령의 녹화사과를 보면서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그 기대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필요한 공적시스템을 거부하고 사적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데 있다. 최순실 같은 사람을 최고위 참모처럼 의지한 대통령의 자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대통령 지지율은 5%대로 추락했다. 역대 최악이다. 레임덕을 넘어서 대통령 자격에 대한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한다”며 국민께 다시 사죄했지만, 이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나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두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는 4.19 혁명으로 인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下野) 사건이다. 다시는 없을 것 같던 일이 56년이 지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거론되니 당황할 뿐이다. 4.19 혁명은 3.15 부정선거와 김주열 열사의 시신 발견으로 촉발된 민중봉기가 대규모 학생시위와 대학교수 등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게 된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헌법 전문도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선언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불법적 국가권력 행사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 국가의 주체인 국민의 저항권 행사를 합법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농민 백남기 선생 사건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김주열 열사가 오버랩 되었다. 외인사를 병사로 둔갑시키고, 물대포로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오히려 국민을 희생시키고 있으니, 정말 부끄러운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또 하나는 1972년 미국 대통령 닉슨을 불명예 퇴진시켰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월남에서의 평화 협상 진전, 중국과의 국교 수립이라는 외교적 성과에도 닉슨은 재임 기간중 별로 인기가 없었다. 1972년 선거에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맥거번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 닉슨의 불안감은 고조되었다. 그의 재선을 확신하지 못한 백악관의 참모들은 비열한 음모를 하나 꾸몄다.

워싱턴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자리한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 장치를 가설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 주거 침입 정도로 여겨졌고, 예상외로 닉슨은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닉슨이 이 사건의 뒤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의회의 탄핵에 직면한 그는 끝내 대통령을 사임하고 말았다. 이것이 1970년대 초 미국 정가와 사회를 뒤흔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거짓말하는 정권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대한민국이 1972년 미국사회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국민의당은 그동안 줄기차게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역 없는 검찰의 수사, 그리고 대통령의 탈당과 여야 영수회담을 통한 책임총리 임명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왔다. 그러나 김병준 총리 후보 임명과정에서 보듯 아직도 독선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국정의 중단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엄중한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순실, 안종범, 우병우, 문고리 3인방 등 모든 의혹의 끝은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 고 했는데, 괴로워하지 말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이후 직을 내려놓기 바란다. 대한민국에 이 이상의 자괴감을 안겨줘서야 되겠는가?

수사의 대상이 형사불소추권을 이유로 대통령직에 머무는 것에 동조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기도 하다. 그것이 당장은 힘들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합당한 길이라 믿는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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