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이모작
제4차 산업혁명과 이모작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6.11.0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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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창조(CVO) 아카데미 23주차, 서울대 김태유 교수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가 3일 저녁 7시 전북도민일보 6층 대강당엣 은퇴가 없는 나라, 2모작 시대가 온다란 주제로 비전창조 아카데미 특강을 하고 있다. 신상기 기자

 ‘청년에게 희망을, 장년에게 직장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는 감동을 주다 못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명 강의였다.

이날 강사로 나선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세계 최초로 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증세없는 복지와 증세없는 성장’이 가능한 이모작 경제를 제시했다.

젊은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능력은 신체능력과 유동지능, 즉 일종의 신기술과 신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경험과 연륜이 쌓이고 결정지능이 높아진다. 간단한 표현으로는 젊어서는 신지식이 많아지고, 나이가 들면 지혜가 많아지는 것이다.

젊어서 빨리 능력이 향상되고 빨리 쇠퇴되는 것, 이것은 일모작 직업이다. 그리고 능력이 늦게 향상되고 늦게 쇠퇴하는 일을 이모작직업이라고 부른다.

이공계적 직업이 일모작 직업이면 인문학적 직업이 이모작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5세부터 일모작 직업에 종사하면 55세 정도에 은퇴하게 되는데, 이런 직업에 해당하는 제조업, 기술 서비스 등을 일모작 직업이라고 분류한다.

이것에 비해서 늦게 능력이 향상되고 늦게 쇠퇴하는 이모작 직업으로는 관리직, 일반 서비스업 등의 직종이 있다.

젊어서는 일모작 직업에 종사하다가 50대쯤 근본적 재교육을 통해서 이모작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 또 한 번 직업인으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모작 직업으로 바꾸게 되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사회의 잉여가 늘어나 평생 수입이 증가하고 늘어난 사회의 잉여로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재 원을 충족하고 또 늘어난 평생수입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재원까지 다 해결할 수 있는 ‘증세없는 복지와 증세없는 성장’이 가능한 이모작 경제의 기본 이념이다.

우리나라에 김교수의 이모작 경제 도입이 시급한 것은 지금 우리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킨지 한국보고서에는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북핵보다 한국경제가 위기다. 한강의 기적은 이미 멈췄다.

한국경제는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속의 개구리와 같다며 한국은 조롱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한국의 고령화 문제다.

그 누가 오늘 날 100세 시대가 오게 될 것을 예측했을까?

그 어떤 선각자도 이 같은 일을 예측하지 못했고 무방비 상태에서 고령화 사회를 맞게 된 것이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심각성은 재앙 수준이다.

최악의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인들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노인자살률이 OECD국가중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이들도 꿈을 잃고 출산과 취직,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가 늘고 있으며 노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악의 빈곤층으로 말 그대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생불여사(生不如死)의 삶을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그간 108조원 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형령화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70세 전후였기 때문에 당시 은퇴한 60세에서 10년간만 부양받으면 노후 생계가 해결됐다.

그런데 이제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치닫고 있기 때문에 퇴직후 최장 40년간의 노후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100세까지 살수 있는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 되겠지만 70세 이후 노후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대부분의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연명하는 등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하고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노인 부양을 위해 허기가 휘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지는 정도의 부담감을 안고 역시 힘겨운 삶을 살아야하는 형편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이모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0년 대 한강의 기적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뤄 원조 받던 최하 빈국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하게 했다면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한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잉여 노동력의 2차 취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62년 당시 우리나라의 90%를 차지하고 있던 농업생산 인구를 도시로 끌어들여 공업생산현장으로 투입해서 산업화를 이뤄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빠져 나간 농촌의 생산성이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업화로 트랙터 같은 농기계가 농촌으로 보급된 데다 통일벼의 등장으로 오히려 전체 농촌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할 수 있게 됐으며 절대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결정지능이 높은 노령층은 그대로 농촌에 머물면서 농사를 지었고 유동지능이 높은 청년층은 산업현장으로 보내면서 가치창출이 극대화됐고 국민총생산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김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엘리트라고 할수 있는 사람들이 강남에서 피부과 의사를 하거나 법조계에 몰려있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80대 1을 기록할 만큼 젊은이들이 공무원 채용시험에 몰리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구조로 치닫고 있다”며 “유동지능이 높은 청년층은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을 이뤄낼수 있는 첨단산업에 보내고 결정지능이 높은 노인층은 서비스산업과 관리업무에 재취업할수 있는 사회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공업화에 성공했지만 일본은 이미 100년 전 명치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당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몇 세대를 거쳐 가장 불행한 국민으로 살아왔지만 우리는 아직도 첨단산업발전에 노력을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은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교수는 “동학혁명때 농민군 3만명이 사살됐을 때 일본군은 단 1명의 전사자만 기록해 당시 일본군 1명이 능히 200명의 적을 능가한다는 치욕적인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첨단무기의 차이”라며 “나라를 발전시키고 부강하게 하는 것은 컨텐츠개발도 의료서비스도 아닌 과학기술이기 때문에 우수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 첨단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유 교수는 :공학도이지만 경제학 박사이고 역사학자이다. 이것은 김교수의 학문적 관심이 다양해서가 아니라 산업혁명과 국가발전(Industrial Revolution : Economic Growth)이라는 단 한 가지 주제에 평생 연구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교수 생활 전반기에는 산업혁명(제1,2차 산업혁명)의 동력인 석유, 가스, 전력 등 에너지 자원과 경제 성장을 주로 연구했으며, 교수 생활 후반기에는 지식혁명(제3,4차 산업혁명)의 동력인 기술과 경제성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경력은 :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사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콜로라도 스쿨오브마인스에서 자원경제학 박사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Post Doctoral Researcher
미국 아이오나 대학에서 조교수
서울공대 산업공학과 교수이며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과정 명예기금교수이다.
2003년 한국 초대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 역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역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주요 저서는 :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성공하는 정부의 新공직인사론, 삼성경제연구소, 2009
국부의 조건: 감속하는 사회에서 가속하는 사회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은퇴가 없는 나라: 국가경제를 이모작하라, 삼성경제연구소, 2013

오는 17일 25주차 강의는 저녁 7시 전북도민일보 6층 대강당에서 허 광 한궁 창시자의 한궁창시와 창조정신이라는 주제의 강의가 이어집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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